11번가, 올해 흑자전환 원년 선언… 강제매각 전 몸값 띄우기G마켓, 작년 4Q 흑자 유력, 올해 독자 생존 분수령으로컬리, 분기 첫 흑자전환 목표 IPO 재시동 가능성 눈길
  • 이커머스가 올해를 흑자 전환 원년으로 삼을 전망이다. 저마다 흑자전환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전례 없는 수익성 개선을 예고한 것. 다만 같은 흑자전환에도 각 업체의 이해는 크게 엇갈리는 중이다. 

    매각부터 기업공개, 자력 생존 등의 각기 다른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커머스 시장 최대 화두는 흑자전환이 될 전망이다. 이는 ‘계획적 적자’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써왔던 이커머스 업계에서 본격적인 수익성 평가가 시작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11번가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올해 첫 타운홀미팅에서 올해 오픈마켓 흑자전환 원년을 선포했다. 리테일 사업을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 창출 시점도 내년으로 확정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감소했고 오픈마켓 사업이 지난해 12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 자신감의 배경이 됐다. 11번가는 지난 2020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이후 단 한번의 흑자도 내지 못했다.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지마켓도 올해 흑자전환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마켓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연간 흑자전환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지마켓은 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해왔다. 

    마켓컬리 등을 운영하는 컬리도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12월 EBITDA 기준 월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단기적으로는 분기 흑자전환, 나아가 연간흑자전환까지 기대하고 있다. 컬리는 출범 이후 단 한번의 흑자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런 이커머스의 흑자전환 목표 설정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투자만 하면 성장하던 고성장의 사이클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각기 다른 사정도 자리하고 있다. 성장을 이유로 수익성을 외면한 투자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먼저 11번가는 매각을 앞두고 몸값을 올려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11번가의 최대주주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되사오는 권리(콜옵션)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FI들이 SK스퀘어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1번가는 강제매각 상황에 놓였는데, 이 경우 FI가 매각금액에서 투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워터풀(Waterfall)’ 방식으로 진행된다. 

    FI의 투자금을 우선 회수하고 남은 잔액만 받게 되는 SK스퀘어 입장에서는 11번가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건질 수 있는 현금이 많아진다. 흑자전환을 통해 11번가의 몸값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이미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지마켓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지마켓은 2021년 이후 줄곧 적자로 모기업인 이마트의 수익성에 부담이 돼 왔다. 호황에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했지만 소비 침체가 가시화된 현 시점에서는 지마켓의 독자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컬리의 경우에는 다소 복잡한 상황이다. 컬리는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 막판에 상장을 보류한 바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였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왔던 컬리는 다시 IPO를 재추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익을 내지 못한 상태로는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 받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2021년 프리IPO 당시 컬리의 기업가치는 4조원으로 평가됐지만 지난해 5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평가된 기업가치는 이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들 3사의 흑자전환 목표가 단순히 구호에 그칠 수 없는 이유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각기 사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흑자전환을 이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직구 플랫폼의 국내 상륙 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챙길 수 있을지 여부가 올해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