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결산부터해외진출 200여 기업 '비상등'적용 범위 모호, 납부세액도 예측 어려워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수천억 덤터기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게 글로벌 최저한세라는 악재가 닥쳤다. 주요국들이 제도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선제도입하는 바람에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재계에 다르면 지난 10년간 OECD와 G20를 중심으로 140여개국이 참여한 국제 조세체계인 글로벌 최저한세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된다. 다국적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할 경우 다른 국가에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10% 과세율을 적용받는다면 우리 정부는 최저한세율에 모자라는 5%를 추가 과세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 국세조세조정법을 개정해 가장 먼저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했다. 다만 협상에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은 공화당이 하원을 주도하고 있다는 이유로 적용을 미루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의 상위개념인 디지털세는 당초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기업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정작 세금을 내지 않다는다는 불공정 논란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주요 IT기업을 겨냥한 유럽연합(EU)의 공세가 배경이지만, 정작 삼성·LG·SK 등 우리 기업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로 진출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요 기업들이 세금 부메랑을 맞게 된 셈이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생산세액공제(AMPC)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한화솔루션 등은 상당한 세부담이 지게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대주주인 LG화학의 경우 추가 세액이 1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 ▲ ⓒ한국무역협회
    ▲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최저한세가 적용되는 국내 기업은 20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향후 디지털세 확대 시행시 대상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금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저세율국에 공장을 설립했거나 국외에서 투자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은 우리 기업들은 추가 세액부담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K칩스법(조세특례법 개정안) 등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시설투자로 세액공제를 받는다 해도 최저한세율에 미만할 경우 다시 세금으로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최저한세가 투자와 고용 유인을 낮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과세 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글로벌 합의가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맹점도 남아있다. 디지털세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국적기업 모회사 40% 이상을 보유한 미국의 비준이 필수적이지만, 바이든 정부는 공화당 반대로 입법이 어렵다고 물러선 상태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표명한 바 있다.

    캐나다의 경우 독자적인 디지털세 강행을 선언했고, 이에 대해 미국은 보복 조치까지 언급하며 국가간 분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또 OECD 중심의 과세 도입에 반발한 아프리카 국가 중심의 개발도상국들이 UN 내 국제조세 실무그룹 설립을 추진하는 등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강 수석연구원은 "디지털세의 복잡한 과세 구조는 기업의 납세 협력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과세당국의 규정 준수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국가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통해 과세 분쟁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