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비 한국 물가하락 속도 양호"금통위원 중 1명, 3개월 내 조기 인하 가능성 제시"5월 전망, 금리인하 시점 판단에 중요"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실상 7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내수둔화 등을 이유로 석 달 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이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 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경제전망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11월 전망과 차이가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물가와 성장률 등 통화 정책 참고자료에 변화가 없는 이상 기존 입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이 총재는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물가에 대한 대처가 잘 되고 있고, 하락 속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엔 비교적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에 있지만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예측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면서, 오는 5월 경제전망이 금리인하 시점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5월 새롭게 나오는 성장률과 물가전망에 따라 금리인하 시계를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보다 선제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작년, 재작년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유가상승 상황에서 우리 물가도 올라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미국이 피벗(통화정책방향 전환)을 하게 되면, 과거 경험을 볼 때 각국이 차별화된 통화정책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사실상의 ‘소수의견’도 나왔다.

    향후 3개월 내 금리 전망에 대해 6명의 금통위원 중 1명은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해 물가 압력이 약화할 것으로 보고 내수 부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조기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5명은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냈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2% 목표보다 높고, 전망대로 둔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이유다.

    이 총재는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며 "물가가 평탄하게 움직이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내려오고 있어서 우리 예상대로 내려가는지 확인해보고 그다음 금리 인하를 논의하자는 게 대부분 금통위원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가 흐름이 한은의 예상에 부합할 경우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인하 시점의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자칫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에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망국이란 표현까지는 안하겠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이라면서 “금리 정책을 잘못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는 등 우리 경제의 문제점이 심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한국은행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역대 최대 수준인 가계대출도 금리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8%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통상 80%가 넘을 경우 가계의 빚 부담으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조사국 중 80%를 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홍콩 (95.2%), 태국 (91.5%) 뿐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공식적으로 물가보다 강조하지는 않겠지만, 경제 규모(GDP)와 비교해 지나치게 큰 가계부채 규모, 불안한 주택 가격 등에 큰 우려와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표면적 이유로 물가를 거론한다고 해도, 현재 한은 입장에서 동결 요인으로서 가계부채와 부동산의 무게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거의 비슷한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