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개사 비상장주식 매각… “자본비율 영향 크지 않아”'티끌모아 태산… 보험사 인수 대비 자본비율 개선 총력금감원, 정기검사서 우리금융 재무건전성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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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이 연말까지 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출자전환 형식으로 보유한 비상장회사 52곳의 주식을 처분하며 RWA(위험가중자산)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자본비율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룹의 최대 과제인 보험사 인수가 자본건전성에 발목을 잡히면서 '티끌이라도 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보유 중인 삼미 외 52개 비상장사 출자전환 주식을 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출자전환이란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기업의 빚을 주식으로 바꿔 채무를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보유하게 된 주식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산정 대상이 된다. 특히 비상장주식은 위험성이 커 위험가중자산을 더욱 높이고, 자본비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우리은행은 이번 비상장주식 처분으로 눈에 띄는 자본비율 개선을 기대하진 않고 있지만 보험사 인수 무산 위기감에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비상장 회사의 출자전환 주식이다 보니 가치가 크지 않다”면서 “재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 자본건전성 부실이 드러나 RWA를 높일 수 있는 대출 영업도 연말까지 중단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정기검사에서 경영지표를 점검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나 대출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은행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지만 언제 마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이나 연초쯤 돼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취임 후 비은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한국포스증권 인수 후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금감원이 최종적으로 우리금융의 재무 여력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는 데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임 회장이 추진 중인 비은행 강화 전략이 어그러질 수 있다.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12%에 불과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당국의 권고치인 13%를 밑돌고 있다. 

    특히 단기간 내 자본비율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보험사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이다. 연말까지 대출을 중단해 RWA를 축소하면 자본비율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대출자산을 줄이는 방식은 CET1비율의 분자인 자본항목(이익잉여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자이익의 근간인 대출 축소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져 이익잉여금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을 떨어트린다. 

    강달러 등 대외환경도 좋지 않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로 빌려준 대출의 원화 환산 값이 커져 RWA가 늘고 자본비율이 하락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기업가치) 프로그램으로 CET1 비율이 주목받고 있지만 M&A(인수합병)을 계획해 둔 우리금융은 자본 관리에 더 신경 썼어야 하는데 경영진의 작전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