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명대 출산율·내년 초고령사회 진입 … 韓 저출산·고령화에 시름2054년 노인부양률 OECD 최고 … 청년세대 연금 내기만 하고 못받나 불안"연금개혁 1년 지체시 수십兆 추가부담" … "정치권 유불리 떠나 개혁 완수해야"
  •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2018년 0.98로 심리적 마지노선(1.0명)이 붕괴한 지 6년 만인 올해는 연간 합계출산율도 0.7명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인구 감소 대책으로 18년간 380조 원의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 셈이다. 이에 뉴데일리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와 학령인구 감소, 경제활동 위축, 국민연금 기금 고갈과 그에 따른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 의료·주거 문제 등 인구 절벽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해 시급히 준비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긴급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저출산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출생아 감소로 생산연령인구가 줄면 경제 성장 둔화와 경제 규모 축소로 이어진다. 특히 고령화로 노년층에 대한 부양 부담마저 증가하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저출산·고령화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한국은 내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2042년 20~59세 인구는 2296만6079명인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2355만7435명으로 20~59세 인구보다 많아진다. 

    생산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뜻하는 노인부양률은 2054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다다르고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2070년 100.6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젊은 세대의 사회적 부양 책임이 커지다 보니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성장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의료나 노인 복지 등으로 재정 지출이 급속히 불어나면 2055년으로 추산된 '국민연금 고갈' 시점도 조기에 앞당겨질 수 있다. 

    전영준 한양대 교수는 "현재 20∼30대 미래세대는 현행 제도하에서 순조세부담보다 생애 소득의 20%에 가까운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며 "그 절대 수준은 생애 소득 대비 40%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뉴시스
    ▲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뉴시스
    ◇비균형적 연금 셈법… 세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 커

    국민연금은 노후대비의 마지막 보루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1998년 이후 변함이 없다. 소득대체율도 2007년 40%로 조정된 뒤 그대로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2050년대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분석한다. 보험료율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8%로 급증시킨다면 기금 고갈 시점이 2080년대로 늦춰지지만, 기존 세대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율을 30~40%까지 인상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 국민연금 운용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데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으로 50년간 연금 정책 변화 없이 정부가 국민연금 적자를 재정으로 메워 갈 경우 2075년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추계로는 오는 2088년에 국민연금 누적 적자 규모가 무려 1경700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당장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고통은 물론 국가의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인 것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난 2일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연금 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적 부담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청년 세대는 국민연금 고갈로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래 청년세대에게 요구되는 비균형적인 연금 셈법은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정혜 인천재능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노년층이 두터워지면서 줄어든 청년층은 대부분의 소득을 연금으로 내야 한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며 "이는 청년층과 노년층의 감정적 대립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연금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분위기다. 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러 제안도 제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과제로 '연금·노동·교육'을 제시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태도다. 

    다만 연금 개혁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이 강한 저항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KDI는 최근 내놓은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낸 만큼 받는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가 연금 개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정부와 여야가 책임감을 갖고 하루속히 연금 개혁을 매듭지어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는 연금개혁을 미룰 수 없는 만큼 총선 이후 제22대 국회가 꾸려지자마자 정부와 정치권이 국가 명운을 걸고 연금개혁 작업을 갈무리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인 연세대 객원교수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조정 등 연금 개혁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세대 간 이해가 첨예한 문제인데 더 늦기 전에 개혁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 완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