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심폐소생술·응급약물 투여 가능해져대통령실 "거부권 행사된 간호법 제정 재검토"간호계 "의료개혁 지지 선언… 끝까지 환자 곁에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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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전공의 이탈 장기화를 인정하고 이 상태로 의료체계를 가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인력난을 해소하는 한편 그간 유령 간호사로 불리며 수술방을 드나들었던 PA(진료보조) 간호사를 수면 위로 올리기로 했다.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으며 전공의 복귀 움직임도 없다. 특히 의대 교수들은 의대증원 자체가 현행 고등교육법 위반이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전국 곳곳에서 이와 관련한 대규모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장기화를 앞두고 월 2000억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중증환자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진료한 기관에는 사후 보상을 추진하고 경증환자를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인상한다.

    경증환자 회송 보상은 기존 대비 30% 올리는 등 이미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는데 아직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은 점을 고려해 30∼50%로 추가로 확대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1285억원의 예비비 지출을 심의·의결했다. 예비비는 전공의 대체인력을 배치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의료공급체계를 개선하는 데 쓰인다.

    특히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대폭 강화된다.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했다. 여기서 전문간호사는 추가로 자격시험을 따로 통과한 간호사를, 전담간호사는 '진료보조(PA) 간호사'를 뜻한다.

    복지부 지침에 의해 앞으로 간호사들은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를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의 경우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수술 부위 봉합 등 수술행위도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기존에 불법으로 수행했던 일들을 합법의 영역으로 변경한 것으로 사실상 PA 간호사 양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의료 개혁과 관련해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조한 것을 바탕으로 대통령실은 한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 제정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는 "전국 간호사들은 지난달 20일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디딤돌 삼아 의료 시스템이 더 발전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며 국민 곁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도록 규정된 현 의료체계 개편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간호사들은 진정한 의료인으로 남겠다"고 강조했다.

    ◆ 교수들, '의대증원 집행정지' 소송… 의협 "진로포기는 자유시민의 권리" 

    정부가 사실상 전공의를 배제한 상태에서 병원을 가동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일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날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교수는 "전공의 중심으로 병원이 돌아가는 구조는 분명 개선돼야 할 영역이긴 했지만, 단계적 접근 없이 한 번에 바뀌는 것은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인력난을 재정투입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종합병원 교수 역시 "단편적이고 일시적 대란은 막을 수 있겠으나 1년이상 공백이 지속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되긴 어렵다"고 했다. 

    결국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증원은 현행 고등교육법에 위배된다고 소송을 걸었다. 

    협의회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7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에 이러한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서면에서 "정부의 증원 처분은 교등교육법령이 정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 기한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한다. 공표한 시행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이 2023년 4월 발표됐고, 정부의 의대 증원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이라는 것이 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 속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서울의대와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등이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하는 강제 노동 금지 원칙 위반이므로 정부를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할 준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아무리 정부가 강하게 탄압하고 겁을 줘도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내 미래와 진로를 포기하는 행동은 한 명의 자유시민의 권리이자 절대로 불법이 될 수 없는 정당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의사를 제외한 그 어느 직종도 미래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다"며 "이는 파업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철저한 자유 의지에 의한 포기이므로 그 어떤 국가 권력의 탄압도 꺾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