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폭 하락… 이번에는 인상 목소리수주후 1~2년 뒤 사용할 원자재 특성 반영조선 "수입 후판 더 저렴" 철강업계 "단가 인상 절실"
  • 글로벌 공급망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납품 단가를 두고 철강업과 조선업과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데다 수주 후 건조까지 2~3년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미래 가치까지 반영해야 하는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과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사들의 상반기 후판 협상이 시작됐다. 후판은 두께 6mm 이사 선박용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자재다. 후판값 협상 결과에 따라 마진율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어지러워지기 전인 2020년 후판 가격은 톤당 60만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2020년 하반기 13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톤당 100달러 안팎이던 철광석 가격도 200달러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해상물동량이 풀리면서 원자재와 후판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철강업계는 가격 변동성이 큰 후판 생산량을 줄여갔고, 조선업체는 후판을 적게 쓰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두 업계의 노력으로 지난해 하반기 후판값은 톤당 90만원 중반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이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고부가가치 상품에만 매진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조선업계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등 탱커형 선박 제조에 손을 뻗게 됐고, 후판값은 또다시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경우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이지만, 탱커 선박 부문은 중국과의 저가수주 경쟁이 불가피해 출혈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여기에 밀려들어오는 수입 후판 가격이 국내산보다 훨씬 저럼한 것도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달 초 기준 수입산 후판 가격은 톤당 8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데 국내 철강업계는 도저히 이 가격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조선업계의 상황을 고려하여 수차례 가격을 인하하는 등 상생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및 제조원가 인상 등으로 인해 철강업계가 큰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제대로 반영해오지 못했던 인상 요인에 대한 반영이 절실하다"고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철광은 서로 상생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입장차는 크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원만한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