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올해 넘길 듯중국산 공세에…조선사, 가격 협상 우위철강사, 실적 부진·고환율 여파 '벼랑 끝'對美 사업전망도 조선 vs 철강…'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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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와 철강사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사는 중국산 후판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때 국내산 후판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철강사는 실적 부진과 고환율 등 이유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시작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협상의 경우 연말 막판 극적 타결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양측이 입장이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갈리며 협상이 더욱 난항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가격 협상의 주도권은 조선사가 쥐고 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약세이고, 중국산 저가 후판이란 대안이 존재하는 만큼 시장 논리에 따라 철강사가 후판 공급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7일 1톤당 철광석 가격은 1년 전(138.9달러)와 비교해 28.4% 하락한 99.4달러를 기록 중이다. 철광석 가격은 연초 140달러를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지속 하락해 현재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후판값 협상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후판은 두께 6㎜ 이상 두께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 이상을 차지해 조선사 수익성과 직결된다. 철강사도 매년 생산하는 후판의 절반 이상을 조선용으로 판매, 가격에 따른 매출 변화가 상당하다.앞서 지난해 상반기 톤당 100만원 가량에 결정됐던 후판 가격은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라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로 조정됐고, 올 상반기엔 이보다 더 내려 90만원 초반에 타결됐다. 조선사는 하반기 후판 가격이 적어도 80만원대로 내려와야 한다는 입장이다.중국산 후판이 국내산보다 약 20만원 저렴한 톤당 70만원에 거래 중인 점도 조선사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비교적 떨어졌던 중국산 후판 품질이 점차 개선되면서 선주와 조선사의 선택지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어 국내산 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중국산 공세에다 실적 부진 장기화, 최근 고환율 등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철강사는 조선사에 조선사에 ‘대승적 차원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조선업계가 장기 불황을 겪은 당시 철강사도 후판 가격 동결 등 양보에 나선 사례가 있다.후판 가격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철강사는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포스코는 내년 1월부터 판매점 등 유통시장에 공급하는 수입대응재 열연과 후판 가격을 톤당 3만원씩 올리기로 했다. 현대제철도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는 등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 원료탄 등을 주로 호주와 브라질 등에서 수입하는데 이때 결제 대금이 미국 달러로 거래된다.포스코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당기순이익이 5835억원 줄고, 현대제철은 142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1500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에 따라 철강업계의 사업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양 업계에 대한 사업 전망도 ‘극과 극’ 형국이다. 조선업계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등 군함 시장에서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반면 철강업계는 ‘관세 폭탄’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의 재집권에 불안에 떨고 있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정부 1기 때 철강재 대미 수출에 25% 일괄 관세를 맞은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