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시장 지난해 10.9% 감소, 10년 만에 마이너스 역성장엔씨·넷마블·카카오게임즈·컴투스·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 실적 악화리더십 교체로 컨트롤타워에 변화를 주면서 돌파구 마련 분주이달 말 열리는 주총서 CEO 교체 안건 상정
  • ▲ 엔씨, 넥슨, 넷마블 사옥. ⓒ각사
    ▲ 엔씨, 넥슨, 넷마블 사옥. ⓒ각사
    한국 게임 시장이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휩싸인 게임업계는 CEO 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시장 규모는 19조7000억원으로 10.9%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 시장 규모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은 2013년(-0.3%) 이후 10년 만이다. 진흥원은 그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시기 재택 시간 감소,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부진, OTT 급부상 등을 꼽았다.

    국내 시장 위축의 분위기는 게임업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넥슨, 크래프톤 등을 제외하고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특히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1%, 75% 줄어들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에 게임사들은 컨트롤타워에 변화를 주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원톱 체제의 대표를 투톱 체제로 바꾸는가 하면, 재무통을 전면에 내세워 비용 절감에 나서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자가 수장으로 다시 복귀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엔씨는 기존 김택진 대표 1인 체제에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와 공동대표를 도입했다. 김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직을 내려놓으면서 기존 가족경영 체제도 재편했다. 창사 처음으로 이사 보수 한도를 25% 삭감하고, 신사업·자회사 철수를 통한 경영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넷마블 역시 권영식·도기욱 각자 대표 체제에서 권영식·김병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새로 내정된 김병규 부사장은 전략기획,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 넷마블컴퍼니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전략기획통'으로 불린다. 각자 대표 체제로 게임 개발과 실적 개선이라는 각각의 영역에서 시너지를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실적이 양호했던 넥슨도 일본 본사와 한국 법인의 수장들을 전면 교체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를 일본법인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대표의 빈 자리는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로 채우면서 투톱 체제의 리더십 변화를 줬다. 이를 통해 게임업계 독주체제를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컴투스는 남재관 사업경영담당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면서 이주환 현 대표와 투톱 체제를 구축한다. 남 내정자는 경영 기획,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략 부문과 게임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재무통'으로 불린다. 컴투스는 사업과 경영 전반을 남 내정자가 이끌고 이 대표가 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형태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한상우 CSO(최고전략책임자)를 신임 수장으로 발탁했다. 한 내정자는 20년 이상의 해외 사업 경험을 보유한 '글로벌통'으로 평가되며, 2018년부터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사업을 맡아 성장에 기여해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사령탑 교체를 통해 '글로벌 탑티어 기업' 도약을 목표로 서비스 역량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위메이드는 창업자인 박관호 의장이 1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박 의장은 한국 1세대 게임 개발자로, 2000년 2월 위메이드를 설립했다. 그는 2012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채 회사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박 의장은 경영 복귀를 통해 조직 혁신과 블록체인 사업 확장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들 게임업계는 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 변경 안건을 각각 상정할 계획이다. 넥슨(27일)을 시작으로 넷마블(28일), 엔씨소프트(28일), 카카오게임즈(28일), 컴투스(29일), 위메이드(29일) 등 주총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