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TV 외주생산은 처음소프트웨어-품질 검사는 LG가"초대형 TV 라인업-소비자 선택권 확대"품질-브랜드 관리 철저히
  • ▲ 2024년형 LG QNED TV ⓒLG전자
    ▲ 2024년형 LG QNED TV ⓒLG전자
    LG전자가 올해 출시 예정인 대형 QNED TV 신제품 생산을 중국 기업에 맡겼다. 

    과거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 일부 모델을 외주생산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프리미엄 TV를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가격 경쟁력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프리미엄 LCD TV인 98형 QNED TV를 중국 회사로부터 JDM(Joint Development Manufacturing·합작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한다. 

    JDM은 위탁생산 방식의 한 종류로 ODM(생산자 개발)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의 합쳐진 형태다. 제조사와 주문자가 함께 의견을 조율하며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와 주요 부품 공급, 품질 검사 등을 담당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제품은 이달 말부터 국내에 이어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약 150개국에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의 98형 네오 QLED 제품(1천460만원) 대비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TV 라인업 확대를 통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외주생산 방식을 택한 것은 가격 경쟁력을 높여 초대형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의 경쟁 격화로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굳건히 1위 자리를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까지 거센 도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19.1%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60.5%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이마저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바짝 뒤쫒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LG전자의 독주 체제였던 O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추격 속도도 빠르다. 삼성전자는 OLED TV 진출 2년 만에 국내 초대형 시장 점유율이 23%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체 판매량에서도 LG전자의 지난해 판매량은 약 296만대로 전년대비(380만대) 22.1%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는 101만대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LG전자가 처한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TV 시장을 양분했던 LG전자(11.2%)는 이미 TCL(12.5%)과 하이센스(11.4%)에 밀리며 4위로 밀려난 상태다. LG전자가 초대형 TV 판매를 높이려는 이유다.

    이에 LG전자는 지난해 OLED 97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가격대가 높은 만큼 QNED TV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품질 문제와 단기적으로 생산 라인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점도 외주 생산을 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는 98형 제품을 제외한 QNED TV의 경우 해외 주요 TV 생산거점인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TV 공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LG전자 TV 생산을 담당하는 주요 거점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해 4월 직접 인도네시아 TV 생산공장을 찾아 "세계 최고 수준의 QCD(품질·비용·납기)를 제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자"고 주문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품질 문제와 브랜드 손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높아진데다 주문자와 생산자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완성품의 품질이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지만 프리미엄 제품까지 적용하는 것에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또한 중국 생산 과정에서 자칫 실수라도 발생할 경우 LG 브랜드 가치에 손상을 주게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외주 생산은 최근 보편화되는 분위기이지만 철저한 관리가 따르지 않으면 브랜드 가치 손상과 함께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