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후속 6개월 앞당겨 출시HBM4 16단 12개 탑재 … 경쟁사 압도 전략삼성·SK하닉 선점 경쟁… 수율 관건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데일리DB
    블랙웰으로 휩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열풍이 차세대 제품으로 옮겨붙고 있다. 한세대 앞서나간 신제품 '루빈(Rubin)' 출시를 앞당기며 경쟁사들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전략이다.

    6일 미국, 대만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6년 출시 예정이었던 루빈을 6개월 앞당겨 내년 3분기 내놓을 계획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엔비디아 AI 칩 생산 중인 TSMC의 관계사들이 루빈 칩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차세대 AI 제품 개발을 빠르게 착수해 AI 붐이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루빈은 '호퍼'나 '블랙웰'과 달리 설계부터 다시 쌓아올린 최첨단 AI 가속기다. 한 세대를 뛰어넘는 성능 향상이 예상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메모리도 HBM3E(5세대)가 아닌 HBM4(6세대)가 들어간다. 메모리 갯수도 4~8개에서 8~12개로 대폭 늘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블랙웰이 설계오류를 시작으로 발열 논란 등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경쟁사들의 기술력 추격을 허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AMD의 'MI' 시리즈가 괜찮은 성능을 보여주면서 엔비디아의 마음을 급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루빈에 탑재되는 HBM4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규모는 2022년 100억 달러 수준에서 올해 780억 달러, 2029년에는 151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점유율 싸움에 기업 명운을 걸만한 수준이다. 더불어 AI 메모리칩 시장도 연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 HBM 세대별 기술발전ⓒ삼성전자
    ▲ HBM 세대별 기술발전ⓒ삼성전자
    HBM3E 경쟁에서 판정 승을 거둔 SK하이닉스는 초반 물량 선점을 통해 승기를 굳히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SK AI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달라 요구했다"며 이미 HBM4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2년 단위로 개발한 HBM 기술력을 1년 단위로 좁혀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HBM4에 이어 2026년에는 7세대 HBM4E를 양산하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기술개발이 빨라지면서 추격 중인 삼성전자의 발걸음도 급해졌다. HBM4에서 다시한번 1위 자리를 탈환한다는 계획이어서 내년 상반기까지 유의미한 제품을 내놔야 해서다.

    최대 16단까지 쌓아올려야 하는 HBM4 기술 핵심은 디램 회로 선로폭을 줄여 수율을 높이는 작업이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1a 디램을 화용했는데 HBM4에서는 1b를 건너뛰고 곧바로 1c 디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경쟁사를 따라가기만 해서는 앞설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생산능력(CAPA)를 가지고 있어 기술력만 담보된다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것"이라며 "전작 대비 탑재량이 늘어나는 HBM4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