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TSMC와 비슷한 수준"현지 투자 170억달러 → 440억달러美 반도체 공급망 싹쓸이 전망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신축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신축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66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규모도 다음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인텔, TSMC에 이어 세번째로 큰 보조금을 받게 될 전망이지만 그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규모를 기존 대비 2배 이상으로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인텔에 이어 TSMC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규모를 발표한데 이어 삼성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조만간 확정 발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다음주 발표가 유력한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의 보조금 규모는 TSMC와 비슷한 수준인 60억~7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일 WSJ은 삼성이 TSMC보다 조금 적은 60억 달러 보조금을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삼성 보조금을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삼성전자 측에서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텍사스 테일러에 추가 투자를 공식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기존 투자금인 170억 달러의 2배 수준인 440억 달러를 투입해 신규 공장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신규 공장에는 패키징 시설이나 연구개발(R&D)센터 등도 포함된다.

    예상대로 삼성이 60억 달러 수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게 되면 인텔과 TSMC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다. 대만 TSMC는 전날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66억 달러를 포함해 대출 지원 50억 달러 등 총 116억 달러 수준의 투자 인센티브를 약속받았고 미국 기업인 인텔은 이에 훨씬 앞서 85억 달러 보조금을 포함해 총 195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삼성도 이들처럼 직접 보조금에 더해 대출 지원까지 100억 달러 이상을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로 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가 커진만큼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규모도 대폭 확대됐다. TSMC는 이번에 보조금 확정을 앞두고 기존 4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무려 62.5%나 투자금을 증액했다. AI 반도체 패권을 쥔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근거리에 두고 더 빠르고 만족스러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TSMC의 의지가 엿보이는 결정이다.

    더불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순응하고 있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무기로 기업들의 생산공장 유치에 나섰지만 본격적인 생산 개시를 앞두고는 미국 공장의 생산성이나 인력 확보 문제 등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TSMC와 삼성은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을 뒤로 미루고 확정되지 않은 보조금 규모나 인력 문제 등을 매듭짓는데 우선순위를 두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I 반도체 시장이 급부상하고 미국의 입김이 더 세지면서 기업들도 추가 투자를 통해 사업성을 높이고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추가 투자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체제가구축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신설하면서도 첨단 반도체 생산은 자국 내 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방안을 고수해왔지만 이번에 추가 투자 결정과 함께 이 불문율도 깨질 가능성이 높다.

    TSMC는 지난 8일 미국 애리조나 공장 3개의 공정 로드맵을 공개하며 대만에 필적하는 최첨단 생산라인을 구축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현재 짓고 있는 첫번째 공장에선 내년부터 4나노미터(nm) 공정이 가동되고 2공장에선 오는 2028년부터 2nm 공정이 시작된다. 3공장에선 현재 파운드리 공정 가운데 꿈의 단위로 불리는 1nm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는게 TSMC의 계획이다.

    첨단 패키징 주도권 싸움도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최첨단 패키징 라인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첨단 패키징 기술은 AI 반도체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요성이 높아진 분야다. 고객사 맞춤형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고용량 D램에 필요한 추가 기능을 탑재한 칩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핵심 기술이 패키징이다. 칩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고객사에 반도체 제조 전반을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게 향후 AI 반도체 제조에선 최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삼성도 이번에 테일러에 추가 투자를 진행하면 패키징 공장을 신설에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전망된다. WSJ은 삼성이 추가 반도체 공장 설립에 200억 달러를, 어드밴스드(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에 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얼마 전 미국 투자를 공식화한 SK하이닉스도 첨단 패키징 공장을 설립해 경쟁 대열에 합류한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지역에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입해 AI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고 2028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