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소비심리 위축'저PBR' 패션주가 대부분 약세 턴어라운드 불투명, 주주환원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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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도 패션주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 위축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최근 패션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주가 방어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패션업체들의 주가는 대부분 약세를 띠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전 거래일 기준 0.8% 하락했으며, F&F는 0.86% 하락했다. 주요 패션 종목인 한섬(-1.25%), 신세계인터내셔날(-0.31%), LF(0.39%), 영원무역(-1.64%) 모두 내렸다.

    의류주는 소비 심리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 감소가 이어지면서 주가 역시 내리막길을 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대부분 패션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57.7%)을 비롯해 한섬(–40.3%), 휠라홀딩스(–30.2%), LF(–69%)의 영업이익은 모두 급감했다. 올해도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은 상황에 이들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불투명한 시장 상황에 일찌감치 주가 하락 방어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휠라홀딩스 등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는 6월 20일까지 자사주 107만1000주, 35만1123주를 각각 장내 취득한다. 액수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약 170억 원, LF는 50억 원 수준이다

    휠라홀딩스도 자사주 소각·취득을 통해 책임경영과 주주환원 의지를 공고히 했다. 휠라홀딩스는 오는 28일 총 발행 주식수의 1.1%에 해당하는 보통주 65만 6383주(약 261억 원)를 소각한다.

    이후 9월 20일까지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할 계획이며 남은 재원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추가적인 자사주 취득에 사용할 방침이다. 자사주 취득 한도는 최대 500억 원이다.

    패션 업종은 대표적인 저PBR주로 통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통할지 주목된다. 최근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저평가 종목을 독려하는 증시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섬유·의류 등 이들 종목의 PBR은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대부분 1배 미만으로 대표 저PBR 주로 꼽힌다. 삼성물산(0.92배), 한섬(0.31배), LF(0.29배), 신세계인터내셔날(0.73배), 영원무역(0.61배)은 통상 저평가 종목을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1배보다 낮은 상태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유통종목의 향후 핵심은 주주환원율 제고 여력과 기대 배당수익률인데 재무 건전성이 다소 취약한 기업들도 있어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원활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테마형처럼 단기 주가 급등 후 하락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는 위축됐던 소비심리 반등으로 주가가 뛸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월 의류 업종의 소비자심리지수는 101.9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았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의류 소비 위축이 2년 이상 지속된 경우는 적다"며 "의류 소비는 2022년 하반기부터 민간 소비 증가율을 하회하며 부진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는 신규 의류 구매 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인플레이션 구간에 진입한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소비 여력 감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향후의 방향성은 오히려 소비 여력 개선에 따른 내수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