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서 범야권 190석 근접…尹 정책 추진력 약화 우려금투세 폐지·밸류업 정책 '제동'…저PBR 수혜株 변동성 불가피11일 코스피 1%대 하락 중…금융·지주사 종목 급락증시 기대 꺾인 개미, 코인·미 주식시장 이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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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정책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비롯해 상속세 부담 완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부의 밸류업 정책 등 정부 주도 정책들의 추진력 약화로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99.88% 마무리된 이날 오전 9시 기준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 중 더불어민주당은 161석, 국민의힘은 90석을 확보했다. 비례대표 의석 수까지 포함하면 여권은 전체 300개 의석 중 109석을,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175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더불어민주당은 단독 과반 의석을 안정적으로 얻어 국회 제1당 지위를 확보했다. 조국혁신당까지 합하면 범야권은 190석에 근접할 전망이다.21대에 이어 여소야대 국회의 재연이다. 진보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연거푸 과반 의석을 얻은 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을 내주며 조기 레임덕 위기도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투세 폐지·밸류업 추진 급제동
올 초부터 윤석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윤 대통령이 공언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발생한 5000만 원 이상 양도소득에 대해 20~25%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민주당은 '부자 감세'로 규정하며 당초 계획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법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입법을 거쳐야 하기에 당정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없다. 다만 야당은 금투세 폐지 대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여당의 총선 패배로 난관에 봉착했다"면서 "주식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이 작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연말 매물 출회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제동이 걸렸다.
시장이 기대하는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나 상속세 완화 등 세제 지원 방안인데, 금투세와 마찬가지로 법개정 사안이다. 상속세는 여당은 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유지로 맞서고 있다.
때문에 오는 6월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리고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이 약화하는 등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가 후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책 연속성을 고려할 때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 역시 당분간 강한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미 지난 3월부터 여당 위기론이 부각돼온 만큼 이미 증시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5월부터 정책 모멘텀이 이어질 예정인 만큼 저PBR주를 향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준호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 연구원은 "총선 소음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듯하다"며 "법률적 지원은 프로그램 도입을 앞당기는 요인일 수는 있지만 전제 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첫날 증시는 약세…단기 변동성 불가피
2000년 이후 열린 총선에서 선거 직전 한 달간 대부분 코스피는 상승했다. 이번 총선까지 포함하면 총 일곱 차례 중 다섯 차례 총선에서 올랐다. 정치권이 선거 기간 쏟아낸 각종 공약과 청사진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
반면 선거 이후에는 코스피는 약세였다. 선거일로부터 한 달 후까지 지수 흐름을 보면 2000년 이후 총 여섯 차례 중 네 차례 하락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공약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선 뒤 증시가 열린 첫날인 이날 증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9시20분 현재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39% 하락하고 있다. 간밤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 탓도 있지만 저PBR 수혜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던 금융주, 증권주, 지주사 종목 등 대형주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6%대, 삼성생명은 5%대,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은 4%대 급락 중이다. 키움증권, J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3%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현대차와 기아는 1%대 내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총선 결과에 상관 없이 밸류업 프로그램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심리적 변동성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코인· 美 주식시장으로의 이탈 우려도
일각에선 금투세 폐지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나 3월 미 CPI의 시장 예상치 상회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후퇴하는 등 매크로 환경이 녹록치 않다.
이미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와 코인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투자 보관액은 748억2886만달러로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646억9553만달러)과 2월(721억6139만달러) 이후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이 하루 만에 2조8622억원이 유출, 올해 예탁금 감소폭이 가장 큰 날로 기록된 지난달 5일 업비트 일일 거래량은 144억달러를 돌파하며 연초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한 금투세를 강행하기엔 야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도입 시기를 앞두고 유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ISA 비과세 혜택 확대는 여야 이견이 없어 시장의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 "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피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연말 수급 이탈할 우려가 있지만 ISA 확대나 밸류업 등 긍정적 요인을 감안하면 지속적이진 않을 듯"이라고 판단했다.
증시가 단기 변동성이 불가피한 만큼 반도체 등 1분기 실적 개선 업종에 관심을 지속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영환 연구원은 "여야 간 법인세, 금투세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해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분야의 주식에 대해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확실한 분야로의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