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정책·데이터 센터 증가에 수요 ↑美 수출 비중, 2018년 15.2%→2023년 32.6%로트럼프 캠프, 탈탄소 폐기·보호주의 강화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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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성중공업
    선진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에 따라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며 변압기와 송전설비를 제작하는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다만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관세·인프라 투자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잔고는 큰 폭의 증가세를 띄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수주잔고(송·배전시스템 기준)는 2021년 1조592억원에서 2022년 2조690억원, 지난해 2조3261억원으로 3년간 120.9% 증가했다. 같은기간 효성중공업(건설부문 제외)의 수주잔고도 1조8009억원, 2조6367억원, 2조7166억원으로 3년간 50.8% 늘었다. 

    LS일렉트릭은 배전 단계에서 전력을 최종 수용하는 소형(중저압) 전력기기를 주로 생산한다. 효성중공업은 대형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압을 바꿔주는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한다.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잔고 증가세는 2021년 이후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활동 재개와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의 주요 전력기기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전반적인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미국향 전력기기 수출 비중은 2018년 15.2%에서 지난해 32.6%로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수출 규모 또한 연평균 18.5% 성장했다.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이 발효된 이후 미국 내 전력망 노후 교체와 전력 소비량이 높은 반도체, 전기차 분야 등의 주요 제조시설 유치에 따라 송배전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노후화 된 송전망과 변압기 비중이 높아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력 변압기 및 송전선로의 70%가 25년 이상, 차단기의 60%가 30년 이상 넘게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반덤핑 이슈가 발생한 이후 미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설립하면서 지리적 생산 이점을 확보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미국 내 주요 생산 시설을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 등으로 이전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미국 내 중국산 전력기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미국의 변압기 구성 상 중국산 비중은 2022년 12.4%에서 지난해 8.3%로 감소한 반면, 한국산 비중은 5.1%에서 9.7%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라 당분간 전력기기 업체들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분야의 투자가 확산되면서,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를 연간 중 단없이 제공하기 때문에 전력 소비량이 매우 높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통상 154kV 또는 345kV의 고전압 전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증가할수록 전력망 상 변압기 설비 용량이 확충되어야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소비량 확대로 고압 제품의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예상되는 점은 국내 전력기기 시장에 호재인 것이다.  

    다만 미국의 대선 이후 관세와 인프라 정책은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한국 전력기기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미국 바이든 정권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에 주로 기인한다. 하지만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통상 분야의 관세 및 인프라 투자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트럼프 캠프는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전기차 확대 등의 전반적인 탈탄소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연료·원전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확대 등으로부터 수반되는 전력 인프라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트럼프 캠프의 대선공약인 ‘Agenda 47’에 따르면 기존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에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 ABB 등 주요 변압기 생산업체는 한국산 변압기가 미국에서 덤핑으로 판매되었다며 미 정부에 제소한 바 있다. 이후 집권한 트럼프 정부의 자국 보호주의 기조에 의해 미 상무부가 최대 60.81%의 높은 관세율을 과거 수출 물량까지 소급해 부과 결정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주 및 수익성이 급감한 바 있다. FTA체약국 적용 여부, 관세율, 부과 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미정이나 트럼프 재집권 시 수입품 관세 확대 등으로 수출 여건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전력기기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의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한 지리적 생산 이점, 유럽 및 중동에서 누적된 납품 이력 기반의 우수한 레퍼런스를 감안 시, 수주 증가세가 중단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