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금융위원장 청문회에서도 논란㈜두산, 비용 없이 지배율 13→42% 확대"대주주 유리", "금감원 나서야" 반발 계속밥캣 자사주 소각 카드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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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잡음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두산은 투자자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 소각 카드를 내세웠지만, ‘분할합병 비율’을 둘러싼 불만과 함께 기업의 구조 개편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현재 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떼어내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로보틱스와 밥캣을 합병할 예정으로 밥캣의 현금창출력을 활용해 스마트머신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핵심인 분할합병 비율을 놓고 소액주주와 자본시장 전문가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에너빌리티 주식 75주와 로보틱스 주식 3주를 받는다. 두산밥캣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자기 주식을 내주고 로보틱스 신주 63주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지분가치를 결정하는 밥캣 주가는 저평가된 반면 로보틱스 주가는 지나치게 고평가돼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두산은 특별비용 없이 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13.8%에서 42%로 확대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보틱스의 주식이 고평가돼있다는 점이 증권신고서에 상세히 기재되지 않았고, 직전 한 달간의 시가만이 합병가액 산출에 활용되며 기업가치가 밥캣과 동일하게 평가받은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와 주가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신고서에는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며 ”로보틱스 주가가 작년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 수준으로 평가됐다면 ㈜두산의 밥캣 최종 지분율은 42%가 아니라 18.7%에 머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두산그룹 구조 개편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 김 후보자는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밥캣의 기존 자사주(15만6957주)와 함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취득하게 될 자사주도 연내 소각한다는 계획의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회사에 매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밥캣은 오는 9월 2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로보틱스와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하는 자사주를 오는 11월 임의 소각하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들의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카드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를 모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5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으로서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취득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 경우 더 큰 투자자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소각 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합병비율을 대주주에 유리하게 정해두고,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로 주식을 털고 나가라는 신호를 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