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작년 순익 반토막에 부동산PF 연체율도 '쑥'금감원, 리스크관리 강화 등 재무구조 개선계획 마련 지시최근 신용등급 줄강등 이은 리스크 확산에 '몸집 줄이기' 나서업계 총 임직원 1년새 435명 줄고, 점포 5년 만에 30곳 문 닫아
  • ▲ OK저축은행. 사진=정재훈 기자
    ▲ OK저축은행. 사진=정재훈 기자
    저축은행 자산순위 2위인 OK저축은행도 경영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PF 대출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는 받는다. 최근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업계 또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정비용 줄이기에 나서면서 리스크 확산을 방어하고 있다.

    23일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OK저축은행은 지난해 7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1387억원보다 48.7% 줄어든 규모다. 

    순이익 감소와 함께 대손충당금 적립금이 같은 기간 4140억원에서 2764억원으로 33.2%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대부분 저축은행이 충당금 적립 규모를 키운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1조원이 넘는 부동산PF 대출자산도 문제다. OK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부동산PF 대출 신용공여액은 모두 1조831억원으로 연체율은 9.20%다.

    부동산 경기가 크게 개선됐던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려가 크지 않았으나, 2020년 말 4.09%에서 지난해 말 9.20%로 2년새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평균 연체율 6.55%보다 2.65%p 높은 수치다.

    부동산PF 대출(1조10억원)에서 고정이하여신(935억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8.63%에 달한다. 전년 4.47%(448억원)보다 4.16%p 높아진 결과다. 전체 부동산PF 대출 중 연체가 전혀 없는 정상여신(2310억원) 비율은 23.0%에 불과하다. 부동산PF 대출을 받은 차주 10명 중 8명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사항 조치도 받았다. OK저축은행에 대해 리스크관리 강화는 물론, 자본확충계획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향후 경기 변동이나 금리 상승으로 인해 영업환경이 급변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 저축은행. ⓒ연합뉴스
    ▲ 저축은행. ⓒ연합뉴스
    ◇저축은행업계,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 안간힘 

    OK저축은행의 이 같은 건전성 리스크와 최근 자산순위 6위 페퍼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 줄강등으로 업계에서는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을 절감하는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임직원 수는 모두 9876명으로, 전년 1만311명 대비 435명 감소(-4.21%)했다. 2019년(9455명)부터 △2020년 9639명 △2021명 9855명으로 늘어나던 임직원 수가 1만명을 넘은 지 1년 만에 꺾인 모습이다.

    점포 수는 지속해서 하락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점포는 276개로, 5년 전 305개와 비교해 약 30개가 문을 닫았다.

    올해도 저축은행의 점포 수 줄이기는 이어지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1월 강남지점과 전주지점 2곳을 가까운 지점과 통폐합했으며 OK저축은행도 이달 30일 인천 부평지점과 충북 청주 지점을 인근 지점과 통합 및 이전할 예정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점포나 임직원 등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지출에서도 비중이 큰 항목"이라며 "최근 금융상황도 좋지 않은 가운데 비대면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고정비용부터 줄이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저축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실적 악화가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55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로 2013~2014년 5089억원 적자를 낸 뒤 9년 만에 처음으로 받아든 최악의 실적이다. 2022년에 1조5622억원 흑자를 달성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1년새 순이익 2조1181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건전성지표도 악화했다. 저축은행업계 연체율은 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말 6.55%를 기록했다. 연체율이 전년대비 3.12%p 급증하자 저축은행들은 충당금을 4000억원 추가로 적립하며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충당금 적립액은 3조8731억원으로 전년(2조5731억원)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수신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계가 지출한 이자비용은 5조3808억원으로 전년 2조9177억원 대비 83.4% 증가했다.

    결국 불확실한 금융환경과 대손충당금 적립, 높은 조달비용 등이 맞물린 탓에 임대료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결과로 되돌아온 것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의 디지털화가 고정비용 감소폭을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OK저축은행은 건전성 저하의 경우 부동산 업황 변화에 따른 결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은 전년 11.4%보다 상승한 12.3%를 기록하며 금융당국 권고치 11%를 넘겼다. 이는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영향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업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채권 회수과정 지연으로 연체율이 올랐다"면서도 "자본력이나 기타 사항을 보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당금을 보수적인 기조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손실흡수능력도 갖췄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충당금이 전년대비 줄어들긴 했지만, 요적립액 대비 120% 넘게 적립하고 있고, 고정이하 대비로도 100% 넘게 충당금을 쌓았다"며 "대손적립률과 자본력, 손실흡수능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