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30원대… 2년1개월 만 최고원유 수입 환차손 급증유가 약세도 문제… 정제마진 효과 묻힐 듯
  • ▲ 미국 원유 저장고. ⓒ연합뉴스
    ▲ 미국 원유 저장고. ⓒ연합뉴스
    ‘탄핵 정국’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정유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3분기 정제마진 약세로 수천억원 손실을 냈다. 4분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를 회복한 것도 잠시 고환율 유탄을 맞은 격으로, 4분기 이익폭도 예상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투표 부결 전후 1420~1430원 내외로 요동치다 지난 9일 1438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2년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도 출렁이는 모습이다. 전일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3원 오른 1432.2원으로 마감하면서 강세를 유지했다. 윤 대통령 탄핵 불발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며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는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내수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치명적이다. 원자재 가격 부담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환율 상승으로 발생한 손실을 수출 이익으로 온전히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는 달러를 결제 대금으로 원유를 수입해 정제과정을 거쳐 제품을 판매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해외에서 달러화로 구매하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더 큰 규모의 환차손을 입게 돼 경영 실적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국내 정유사는 앞서 3분기 정제마진 약세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423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특히 석유사업 부문에서 6166억원의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도 영업손실 4149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각각 2681억원, 352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및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한 탓이다.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5달러로 본다. 올 1분기 평균 7.3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2분기 3.5달러, 3분기 3.6달러 등 부진하며 정유사 실적에 타격을 입혔다.

    정제마진은 10월에도 평균 3.8달러로 손익분기 아래에서 부진했다. 그러나 11월 6달러로 이익 구간을 회복했고 12월에도 5~6달러선을 기록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정유사들은 최악의 구간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도감도 잠시 환율 급등에 정유업계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마저 3분기 평균 79.41달러보다 하락한 70달러 안팎에 그친 점도 부담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과정을 거쳐 2~3개월 뒤 판매한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마진(차익)이 줄어 수익성이 하락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제마진이 떠받치고 있지만 환율과 국제유가는 정유사에 비우호적이어서 4분기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도 불안한 정국이 장기화하면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 제품판매가 부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