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정부 규제 기관 방통위 운영 '상황반', '담합' 규정"단통법 따랐을 뿐인데, 또 1140억 … '이중처벌' 논란 가중
  • ▲ 공정거래위원회. ⓒ뉴데일리 DB
    ▲ 공정거래위원회. ⓒ뉴데일리 DB
    공정거래위원회의 이통3사 담합 과징금 결정 후폭풍이 거세다. 같은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엇박자를 넘어, 전원회의 과정에서 오고 간 내용까지 협의나 확인 없이 강하게 부정하고 나서면서 부처간 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당초 최대 5조원대가 예측되면서 이통3사를 벌벌 떨게 했던 공정위의 담합 관련 과징금 규모가 1/40 수준인 1140억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개운하지 않고 걸리는 게 많다. 한 마디로 찝찝하다.

    업계에서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냐'며 억울해 하고, 같은 규제 기관인 방통위 A 국장 역시 '모멸감을 느낀다'며 공정위 전원회의 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공범으로 엮인 방통위 수장(이진숙 위원장)도 발 벗고 나섰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단통법 폐지를 앞둔 마당에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방통위의)법을 준수해 왔던 것 뿐인데, 과도하게 단죄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를 단순하게 접근하면, 당초 예상됐던 금액을 대폭 깍아주며 꼬리를 내린 것 처럼 비친다. 

    그러나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 두 차례 전원회의 과정이나,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보면 아주 딴판이다.

    같은 정부 기관과 법정단체를 이통3사와 '공범'으로 몰아가며, 마지막까지 공정위 심사관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강력하게 밀어붙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두 차례의 전원회의 풍경을 들어보면,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본인의 질의 응답시간에 담합에 대해 심사관과 피심인인 이통3사 간의 공정한 질의응답이 아닌, 사실상 담합을 전제하고, 공정위 심사관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논리를 펼쳤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특히 "지침 따랐을 뿐"이라는 업계의 주장에 맞서, 같은 정부 기관인 방통위는 물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역시 담합의 공범으로 몰아세웠다.

    이날 전원회의에 참석한 방통위의 공무원이 느꼈을 모멸감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방통위 A국장은 전원회의에서 이통3사 번호이동 순증감에 대해 '시장상황반'을 통해 지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그동안 이를 방통위가 부정해 오다, 최근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정부 규제 기관인 방통위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깍아 내렸다.

    이에 방통위는, 공정위가 '통신3사의 번호이동 순증감에 대한 담합조사'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았고, 통신3사에게 심사보고서를 송부한 후 내용을 확인, '방통위가 지시를 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고 받아쳤다.

    이 같은 내용이 흘러나오자, 공정위는 방통위와의 어떠한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방통위에 대해 공격한 바 없으며, 방통위 관계자도 공정위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며 유감을 표명한 바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부처간 싸움으로 비칠까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참석한 사람도 많았고, 속기록 등이 남아 있을텐데 억지 주장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 부처간 정책 엇박자가, 이제 싸움으로 번질 조짐이다.

    그동안 이통사는 규제 기관인 방통위로부터 단통법과 관련 총 32차례 조사를 통해 총 146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왔다. 이 10년간의 기록은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또 다시 정부 규제 기관인 공정위의 먹잇감이 된 셈이다.

    공정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보면,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물론, 방통위, KAIT 모두 담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통3사가 방통위의 '상황반'을 통해 의사 교환을 한 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만든 단통법 자체가 사용자 혜택을 30만원(공시지원금)으로 이미 제한 하는 등 태생부터 기형적이라는 데 있다. 공정위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이 때 개입이 이뤄졌어야 했다. 

    특히 단통법은 이통 3사 간 하루 번호이동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불법보조금 살포'로 판단, 처벌을 내렸다. 결국 단순 번호이동 횟수에 따라 해당 업체에 억울함이 없도록 '시장상황반'을 운영토록 지시했다.

    단통법상 일일 번호이동 숫자가 많아지면 처벌을 받다 보니, 경쟁 업체에 고객을 흡수해 달라는 단순 지원요청이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가입을 요청하는데, '일일 이동횟수가 초과해 불가하니 다음에 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통위가 KAIT를 통해 운영한 상황반이 공정위의 눈에는 담합의 장이었던 셈이다.

    공정위가 바라 본 담합의 기간, 효과는 업계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확고했던 SKT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는 KT를 제치고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서기도 한다. 특히 IoT(사물인터넷)를 포함하면 2위로 올라섰다고 지속적으로  KT를 자극하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시장 판도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상황반 운영은 분명 담합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같은 규제 기관인 방통위의 지시를 잘 따랐을 뿐인데, 또다시 다른 부처의 처벌은 받는 건 이중규제일 수 있다.

    이번 공정위의 이통사 담합 제재가 찝찝한 이유다.

    기관이 또 다른 기관과 법정단체까지 공범으로 몰아 처벌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단순 이통사 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와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는 기업들의 활동 위축과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룡 관료들의 엇박자로 애먼 이통3사 등만 터지게 생긴 만큼, 과징금 철퇴만이 답은 아니다.

    대표적인 '부처 엇박자' 사례로 남지 않으려면, "정부 믿지 못한다면, 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라는 억울한 물음에 처벌에 대한 조정과 향후 명확한 기준 등 후속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