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민주당 본회의 강행 처리주주보호 앞세워 '기업 옥죄기 법' 강행 처리기업 두 곳 중 한 곳 "기업 경영에 부정적"수 차례 읍소와 핀셋 대책 요청에도 귀막아"포퓰리즘 입법" … 노랑봉투법 등 반기업법 줄 잇는다
  • ▲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와 회사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제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13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재석 279인,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통과시켰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는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담겼다. 다만 여야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올해 1월 22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처리가 미뤄졌으며, 지난달 27일에도 사안의 중요성에 따른 여야 추가 협의 필요성이 커져 한 차례 의결이 미뤄졌다. 그러나 결국 주주 보호를 통한 주식시장 정상화 등을 앞세우며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삼성전자 516만 소액주주 이해관계 모두 따져야

    이번 개정안 통과로 삼성전자의 경우 516만명이 넘는 소액주주 모두의 이해관계를 헤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경제계와 여당은 줄곧 해당 개정안이 기업 경영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법안 추진에 반대해왔다. 주주들의 소송이 남발할 수 있고, 국내 기업을 노리는 ‘먹튀’ 해외 투가 자본의 공격에 기업 경영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보여서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600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 개정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 56.2%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 영향을 전망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상법 개정안이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이유로는 ‘주주 간 이견 시 의사결정 지연 및 경영 효율성 감소’가 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주대표소송 등 사법 리스크 확대(26.4%)’,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8%)’, ‘투자결정, M&A 등 주요 경영전략 계획 차질(17.9%)’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응답 상장기업 73.2%가 상법 개정 시 기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개정안 통과 시 경영권 방어, 이사회 운영 등을 위한 비용 증가로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수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법 개정이 아닌 개별 사안에 따라 주주들을 보호하는 핀셋 대책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여당은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법안까지 통과되며 기업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개정안 통과 직후 공식 논평을 통해 “경제계가 수차례 반대해 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된 것은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또한 논평을 내고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에도 이사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금번 상법개정은 우리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국가경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정안은 지배구조 개선, 소수주주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상법에서 포괄적인 규정으로 모든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기업뿐 아니라, 소송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힘들다고 수차례 읍소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포퓰리즘에 따른 입법 강행”이라면서 “상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노란봉투법 등과 같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법안이 잇따라 추진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