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수출 제한에 車·반도체·배터리 직격비축분 6~12개월 불과 … 대응 방안 못 찾아일본산 희토류, 중국산보다 3배 이상 비싸원재료값 상승에 가격경쟁력 저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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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으로 옮겨지는 희토류 토양.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자원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장기화할 시 가전·반도체·배터리·풍력발전 등 첨단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가 직격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4일부터 사마륨·가돌리듐·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7종의 중희토류 금속을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수출을 아예 금지하진 않았지만, 수출 허가 신청서 최대 45일간 심사하도록 하면서 반출 절차를 한층 강화했다.중국의 수출 제한 이후 해당 희토류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 수출 허가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수출 허가신청이 몰리며 업무가 마비 상태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 수출업체들은 이미 해외 선적을 취소하고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시장에서 물량을 회수하고 있다.수출 제한 대상이 된 중희토류는 전기차·반도체·드론·전투기·미사일 등 민간 및 군사 분야에서 필수적이다. 특히 디스프로슘은 전기차 모터·하이브리드차·풍력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핵심 구성요소다. 테르븀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돌리늄은 의료 MRI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145%에 이르는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희토류 무기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2023년 미국은 희토류 화합물 및 금속 수입의 70%를 중국에 의존했다. 이번 수출 제한 조치가 미국의 미사일·레이더·영구자석 등 군사 방위산업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미다.업계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60~70%, 정제 능력의 약 90%를 차지한다. 각국의 희토류 재고가 소진되는 경우 첨단 제조산업과 방위산업의 전방위적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는 중국 매장량이 많기도 하지만 환경오염 이슈로 중국이 가공을 독점하고 있다”며 “희토류 채굴은 쉽지만, 희토류 원소를 분리·정제하는 단계에서 막대한 방사성 폐기물이 유출된다. 이에 미국, 호주,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서 희토류 산화물을 채굴하더라도 정제는 중국에 맡기는 구조”라고 전했다.우리나라도 국내 수요 희토류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47.5%다. 2019년 71.6%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한 수치이나 여전히 절반가량을 차지한다.정부는 중국이 수년 전부터 미·중 갈등 속에서 희토류 영구자석 등 각종 자원을 무기화할 태세를 보이자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다. 2023년 희토류 영구자석 등 185개 품목을 공급망 안정 품목으로 정하고,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 기업별로 희토류는 3개월~12개월 수준의 재고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재고가 1년을 채 넘지 않는 만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시 한국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전·모터·배터리·풍력발전 등 산업 제조업에 속한 기업은 물론 미국 업체 공급망에 속한 국내 기업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 제한에 따른 타격을 입은 이후 자체 공급망을 확보, 자급력을 강화했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산 희토류 수입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있지만, 가격이 중국산보다 3배 이상 비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전략물자 공급망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