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엄청나게 긍정적" → "횟수 관계없이 작성" 수출 → 현지화 → MRO … 방산 파이프라인 차질 우려상반기 유증 물 건너가 … 빨라야 7월 절차 개시될 듯
  •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파이살 알 반나이 EDGE 그룹 CEO와 면담한 뒤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파이살 알 반나이 EDGE 그룹 CEO와 면담한 뒤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 중인 대규모 유상증자가 금융감독원의 반려로 두 차례 제동이 걸리면서, 11조원 규모의 방산 투자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오는 6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복현 금감원장이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또 다른 성과물로 한화에어로를 지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상증자 일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유럽·인도 등지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방산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투입 시점이 밀리게 된다. 수출 계약 이행과 현지화 생산, 장기적 MRO(정비·운영·보수) 사업 확장 등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파이프라인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감원, 두 차례 연속 퇴짜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다시 반려했다. 지난달 27일 1차 정정 요구에 이어 두 번째 조치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어로 측은 "금감원 요청 사항을 자세히 검토해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당초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한화오션 지분 인수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를 통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조달하는 구조로 변경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여전히 자금 사용 목적의 구체성, 제3자 배정 구조의 공정성, 일반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절차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조달금 규모와 방식이 수정된 배경과 그 과정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보완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3자 배정에 참여하는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각각 50%, 25%, 25%씩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할인 없이 참여하는 방식에 대해 법률상 문제는 없으나, 감독당국은 배임 가능성은 없더라도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한화임팩트 및 한화에너지가 보유하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뒤,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승계 목적 유증'이라는 비판이 일자 김 회장은 (주)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논란을 차단하려 했다.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수출품인 K9 자주포 ⓒ한화에어로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수출품인 K9 자주포 ⓒ한화에어로
    ◆ 상반기 유증, 물 건너가나

    한화에어로는 지난 8일 1차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작성까지 12일이 소요됐다. 같은 속도라면 2차 정정안 제출과 금감원 심사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신주배정 기준일은 4월 24일, 상장 예정일은 6월 24일이었으나, 현재 일정상 7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2차 정정신고서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체 투자 계획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유증 지연은 한화에어로가 본격화하고 있는 글로벌 방산사업 전개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달 인도 정부와 약 37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2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민간 최대 방산업체인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안을 발표했다. 유럽 방산 블록화에 대응한 현지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수출 계약, 현지화 생산, 장기적인 MRO 및 파생 플랫폼 수주로 이어지는 수출 파이프라인 구축을 목표로 하는 한화의 전략에, 자금 조달 지연은 분명한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의 전체 투자 계획은 약 11조원 규모이며, 이 중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은 2조3000억원이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조달하는 1조3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7조4000억원은 영업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 자체 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 금감원, 형식 중시한 과도한 기준?

    일각에서는 자금조달의 상당 부분을 기업이 책임지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반려한 것은 과도한 형식주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 집중심사제도'를 도입하며, '주식가치 희석화'와 '일반주주 권익 침해'를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 강도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한화에어로가 처음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조6000억원은 한국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며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최대한 빨리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다"며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1차 정정요구 이후에는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작성하게 할 것"이라며 "엄격한 원칙을 견지하되 자금 조달 일정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태도를 조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논란 이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자금 사용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돼 시장 내 의구심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투자자 보호를 앞세운 금융감독원의 심사 기조가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 실행의 발목잡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