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 등 주요국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준비에 속도정부, 제4차 범부처 회의를 통한 국내·외 대응방안 논의유럽연합·영국에 우리 측 의견 적극 전달 … 대상기업 안내 강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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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출의 앞길에 환경 장벽이 높게 쌓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시행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량에 대한 비용 지불이 의무화되는 2026년 전후로 탄소집약적산업 중심의 국내 수출에 비용 증가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는 2026년 시행을 앞두고 CBAM 하위법령을 추가 채택하기 위해 초안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도 EU와 함께 2027년 시행할 CBAM 설계안을 3월21일 공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 중이다.
세부적으로 EU는 지난해 10월부터 CBAM를 통해 EU 시장에 수출하려는 철강·시멘트 등 6개 품목의 전 세계 기업을 상대로 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받고 있다. 2026년 1월부터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대한 비용을 인증서 구매 형태로 내야 한다.
영국의 CBAM 설계안에도 철강·시멘트·유리 등이 포함됐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 사이의 탄소배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수입품에 대해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를 넘어 철강 등의 전통적 수출품까지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EU 수출액 681억달러 가운데 CBAM 대상 품목의 수출액은 51억달러(7.5%)다.
CBAM 대상 품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9.3%(45억달러)에 달해 철강업계가 CBAM 시행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알루미늄은 10.6%(5억4000만달러)이다.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전략규제혁신실은 지난달 수출중소기업 CBAM 및 탄소중립 대응 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철강의 경우 총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3.5%로 EU가 아세안 10개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봤다. 중소기업의 경우 6개 품목의 EU 수출액 중 20.4%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99.8%가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이었다.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CBAM 본격 시행되는 2026년 전후로 탄소집약적 산업 중심의 국내 수출에 비용 증가 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CBAM 적용 대상 기업에서는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요구 대응에 가장 큰 애로를 느끼고 있어 개별기업 일대일 맞춤 컨설팅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
정부는 비상등을 켜고 기업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대기업들은 CBAM 대비를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소기업 일수록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최근 CBAM 적용 대상 품목 국내 수출중소기업 235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절반(50.2%)이 CBAM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CBAM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EU 수출기업도 53.2%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전반적인 수출중소기업의 CBAM 인식 수준이 미흡했다.
산업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범부처 CBAM조정제도 대응 작업반 제4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관계부처(기획재정부, 외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관세청)와 함께 EU, 영국의 CBAM 조정제도에 대한 우리 입장 개진과 국내기업 지원을 위한 협업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그간 EU와 협의를 통해 탄소배출량 산정방식 변경 등 우리 업계 요구사항이 제도 설계에 일부 반영된 만큼, 향후 하위법령에도 우리 입장을 지속 제기할 예정이다. 영국의 CBAM에 대해서도 우리 업계의 선제 대응 요청이 있었던 만큼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양 통상차관보는 "우리 기업의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EU와 제도 개선에 관해 지속 협의해나가겠다"면 "앞으로도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이 제도에 원활히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