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주 ‘선양’ 흥행 힘입어 첫 제품명 ‘맑을린’으로 복귀‘오투린’에서 ‘이제우린’까지… 네 번째 브랜드 변경 대형 소주업계 공세에 작년 적자전환… 반전카드 될지 눈길
  • ▲ 지난 2005년 출시됐던 '맑을린'ⓒ선양소주
    ▲ 지난 2005년 출시됐던 '맑을린'ⓒ선양소주
    최근 수도권에서 소주 ‘선양’의 열풍을 주도해온 선양소주가 이번엔 홈그라운드에서 제품 리뉴얼을 통한 기반 다지기에 나선다. 대전, 충남 대표 소주인 ‘이제우린’을 리뉴얼해 고객 몰이에 나서는 것. 이번 리뉴얼을 통해 제품명 ‘이제우린’은 ‘맑을린’으로 교체된다. 

    ‘맑을린’은 첫 출시 당시 브랜드 명이다. 최근 단종됐던 ‘선양’의 부활이 흥행을 주도했던 만큼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선양소주는  6월3일부터 대전, 충남지역 대표 소주인 ‘이제우린’을 리뉴얼할 예정이다. 리뉴얼 제품명의 새 브랜드는 ‘맑을린’으로 지어졌다. 

    ‘맑을린’은 대전·충남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주인 ‘이제우린’이 지난 2005년 출시했을 당시의 제품명이다. ‘린’ 시리즈는 유독 제품명 교체를 많이 겪었다. 출시 3년만인 2008년 리뉴얼 과정에서 제품명이 ‘O2린(오투린)’으로 변경됐고 이어 2018년 ‘이제우린’으로 다시 교체됐다. 소주 중에서는 드물게 제품명이 자주 교체되다 보니 지역에서는 아예 ‘린’으로 부르기도 하고 중장년층에서는 옛 이름인 ‘오투린’으로 칭하기도 한다.

    선양소주가 약 6년만에 제품명을 다시 교체하게 된 것은 최근 수도권에서 ‘복고’ 열풍이 흥행과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선양소주는 1993년 단종됐던 소주 ‘선양’을 알코올 14도의 저도수 소주로 리브랜딩해 출시하면서 수도권에서 인기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마케팅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카지노를 컨셉으로 한 ‘선양’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MZ세대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선양소주가 19년 전 이름인 ‘맑을린’을 다시 부활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소주 ‘이제우린’의 브랜드가 약 19년만에 초기 제품명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중장년 층에게는 익숙한 향수를, MZ세대에게는 ‘복고’ 트렌드를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3월 사명을 맥키스컴퍼니에서 선양소주로 변경한 바 있다. 

    여기에는 기존 지역 소주의 전략만으로는 생존이 힘들다는 선양소주 내부의 절박함도 있다. 수도권을 거점 삼아왔던 참이슬-진로와 처음처럼-새로 등 대기업 소주가 전국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역소주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수도권 대기업 소주의 점유율이 50%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80% 가깝게 상승하면서 남은 20%를 두고 지역 소주가 경쟁을 하는 구도가 됐다”며 “지역 소주 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했다.

    실제 선양소주는 지난해 매출이 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감소했고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선양소주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19년 전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는 ‘린’이 위기의 선양소주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지는 위기를 겪는 지역 소주 업계에게 있어서도 관전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시장이 위축되면서 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지역 소주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