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 업황에도 1분기 순익 전년比 67% '쑥'KB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익 비중 2배 증가본업 성장-비용 '다이어트'-조달 다변화 등…수익 극대화연체율-NPL비율 등 건전성 지표 '우려'…무디스도 등급전망 '하향'
  • ▲ KB국민카드. 사진=권창회 기자
    ▲ KB국민카드. 사진=권창회 기자
    KB국민카드가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선을 모았다. 이창권 사장이 외형 성장 대신 영업비용과 프로세스 효율화에 나선 것이 수익성을 끌어올린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최근 1년새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건전성 관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23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KB국민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393억원으로, 전년동기 831억원에 비해 67.6% 뛰었다. 국내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전년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는 하나카드 1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분기 762억원에 비해서는 82.7% 급증했다.

    KB국민카드의 실적 향상은 은행 실적이 주춤하는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기여도 제고로 이어지면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이 1조491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5087억원에 비해 30.4% 줄어든 가운데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9315억원에서 3895억원으로 58.1% 급감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룹 내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1분기 KB금융그룹 계열사의 순이익 규모는 △KB국민은행 3895억원 △KB손해보험 2922억원 △KB증권 1980억원 △KB국민카드 1391억원 △KB라이프생명 1034억원 △KB캐피탈 616억원 순으로 크다. 계열사 내 순이익 비중은 지난해 1분기 5.50%에 그쳤지만, 올 1분기에는 13.2%를 기록하면서 두자릿수대로 올라섰다.

    이 같은 호실적은 이창권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추진해 온 본업 성장과 영업비용 효율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1분기 영업수익(1조3519억원)이 전년동기 1조2777억원보다 5.80% 증가한 가운데 영업비용은 1.46% 증가(8284억→8405억원)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 중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압박에도 이자비용(1944억원)은 전년동기 1680억원에 비해 15.7% 증가에 그쳤으며 수수료 및 기타영업비용은 6604억원에서 6461억원으로 2.16% 줄었다.

    뿐만 아니라 모집·마케팅 부문에서 영업비용 효율화를 적극 추진하며 일반관리비 지출을 대폭 줄였다. 전년동기 1593억원을 일반관리비로 썼으나, 올해 1분기에는 이보다 9.41% 줄어든 1443억원을 지출했다. 일반관리비는 모집 및 마케팅 비용과 임직원 임금 등이 포함된다.

    일반관리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KB국민카드가 영업 외적으로도 비용관리에 충실했다는 방증이다. KB국민카드 측에 따르면 현재 공시되지 않은 판매비 역시 전년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비용 효율화에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비용절감'

    조달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노력도 병행됐다. 1분기 KB국민카드의 자금조달 구성을 보면 주요 조달수단인 회사채 비중이 65.0%로, 전년동기 69.6%에 비해 4.66%p 축소됐지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비중은 8.46%에서 12.5%로 4.05%p 확대됐다.

    ABS는 보유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으로, 카드채 대비 발행절차나 거래구조가 복잡하다. 그러나 매출채권 등의 담보를 바탕으로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고,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만큼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어 ABS 비중을 적극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조달비용 및 신용손실전입액 증가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 악화에도 유실적 회원과 금융자산 성장, 모집·마케팅 등 주요 영업비용 효율화를 통한 내실성장으로 이익창출력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며 "올해도 본업의 선순환 성장 구조를 확립해 내실 있는 성장을 갖추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KB국민카드
    ▲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KB국민카드
    ◇건전성 우려는 '숙제'…"고위험군 선제 관리 강화 등 리스크 관리 기준 정교화 경주"

    다만 건전성 우려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특히 업황 악화가 완화되지 않은 만큼 올해는 외부 요인 영향이 큰 본업보다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연체율은 1.31%로, 최근 1년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연체율 추이는 △2023년 1분기 1.19% △2분기 1.16% △3분기 1.22% △4분기 1.03% 등으로 1%대에서 낮아지지 못하고 있다.

    NPL비율도 1.36%로 전분기대비 0.3%p 상승했다. NPL(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여신) 규모는 36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6% 불어났다.

    NPL이 증가하면서 충당금 규모도 커졌다. KB국민카드는 전년동기 1782억원 대비 9.09% 증가한 1944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NPL커버리지비율은 286%로,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41.1%p 낮아졌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100%)을 크게 웃돌았으나, 손실흡수능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고금리 환경 지속에 따라 자산건전성 악화 위험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KB국민카드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은 'A2'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최근의 고금리 환경 아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인한 회사의 독자적인 신용도 하방압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측은 "물가상승, 금리 불안정 지속, 경기 둔화의 영향 속에서 건전성 부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보수적인 충당금 정책 운용을 통한 안정적인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업권 기준 양호한 연체율 수준을 유지 중으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사장도 올해 초부터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방어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그는 "리스크 관리는 이익 실현과 지속가능 성장의 최종수비수라 할 수 있다"며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강화하고 환경변화에 탄력적 대응을 위한 리스크관리 기준의 정교화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