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사 넷리스트에 패소수천억대 배상 판결무효소 제기한 삼성은 승소… 마이크론 반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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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3년이나 특허소송을 벌였던 미국 반도체 기업 넷리스트가 이번에는 마이크론의 발목을 잡았다. 첫 재판에선 마이크론이 패소했지만 앞서 삼성전자가 넷리스트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 소송 결과를 기반으로 재심에 나서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가 빠듯한 마이크론이 수천억 원대의 손해배상 규모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최근 넷리스트가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배심원단은 마이크론이 넷리스트가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모듈 기술 특허 3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재판으로 넷리스트에 4억 4500만 달러(약 6000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마이크론이 고의로 넷리스트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까지 나오면 손해배상액은 3배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번 소송으로만 2조 원에 가까운 배상을 해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넷리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인 기업이다. 지난 2000년 LG반도체 출신인 홍춘기 대표가 설립했다. 이번에 마이크론에 소송을 제기하기 전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비슷한 소(訴)를 제기해 주목받았다.

    지난 2021년 넷리스트는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 사용되는 메모리 기술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와 프로젝트 협업을 진행한 이후 자사 특허를 가져갔다고 주장했고 삼성은 넷리스트의 특허 자체가 무효이고 자사 기술이 넷리스트 기술과는 다르게 작동한다고 맞섰다.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과 넷리스트의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의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평결해 삼성도 위기에 처했었다. 넷리스트에 3억 300만 달러(약 40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은 이에 즉각 불복해 5건의 넷리스트 특허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했고 최종적으론 이 5개 특허에 대해 모두 무효 판단을 받는데 성공했다. 넷리스트가 해당 특허 무효 심결에 항소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사실상 삼성이 이번 특허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선 삼성과 넷리스트의 소송 결과 덕에 마이크론도 2조 원까지 커질 수 있는 소송에서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마이크론이 침해했다고 결론이 나온 특허 중 하나가 삼성의 특허 무효 심판으로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2~3년 정도는 해당 재판으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최근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기술, 신제품 개발과 함께 생산능력(CAPA)을 확충하기 위해 자금 소요가 큰 상황이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 규모도 기존 75억 달러에서 80억 달러(약 11조 원) 수준으로 높여 잡고 미국 뉴욕과 아이다호에 반도체 팹(Fab) 신설에만 500억 달러(약 68조 원)를 투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손해배상 비용까지 얹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마이크론도 방어전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