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충청권 지연인재전형 비율도 평균 웃돌아지역인재전형, 경쟁자 줄어 합격선 낮다는 분석
  • ▲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과대학 증원이 비수도권 소재 대학에 집중된 가운데 의대를 진학하기 위한 '지방유학'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원 지역이 전체 학생 수 대비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종로학원은 26개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규모와 2023년 교육통계 기준 학생 수 추정치를 비교하고 이같이 밝혔다.

    강원권 고3 학생 수는 1만1732명인데, 이 권역 4개 의대에서 지역인재전형으로 147명(1.25%)을 뽑는다. 산술적으로 강원권 고3 학생 100명 중 1명 이상은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를 진학할 수 있는 셈이다.

    호남권과 충청권의 고3 학생 수 대비 의대 지역인재전형 인원도 각각 1.01%, 0.96%로 나타나며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뒤 이어 대구·경북권 0.90%, 부울경권 0.77%, 제주권 0.57%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선발전형은 의대가 위치한 권역에서 고등학교를 3년 내내 다닌 수험생만 지원할 수 있다. 경쟁자가 줄어 합격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많았고 의대 수요가 높아 수험생들 사이에 관심이 높았다.

    지방대육성법 시행령에선 지역의 기준을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호남권(광주·전남·전북), 대구·경북권(대구·경북),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 강원권, 제주권 등 6개 지역으로 나눴다.

    시행령은 의대의 경우 40%(강원·제주권은 20%) 이상 지역인재로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시에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권고하면서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도 대폭 늘었다.

    비수도권 의대 중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전체의 58.2%인 1913명으로 지난해 대비 888명 늘었다.

    ◇내년도 의대 모집서 미달사태 가능성↑ … 17개 의대 '미달' 위험

    2025학년도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수시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로학원이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전년도 지역인재전형 지원자 수를 똑같이 2025학년도 동일 대학 지역인재 모집인원에 견줘 추정한 결과, 경쟁률이 6대 1 미만일 대학이 17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쟁률이 6대 1 미만이었던 의대는 3곳이었다.

    수험생 한 명이 일반대 수시 전형에 지원할 때 최대 6곳까지 입시 원서를 쓸 수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경쟁률 6대 1을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종로학원은 경쟁률이 4대 1에도 못 미칠 의대도 12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도에는 한 곳도 없었다. 이 중 3대 1 미만인 대학도 7곳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인제대 4.85대 1 △건양대 4.50대 1 △조선대 4.25대 1 등이 4점대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3점대 경쟁률을 보인 의대는 △경상국립대 3.72대 1 △원광대 3.52대 1 △순천향대 3.35대 1 △전남대 3.31대 1 △울산대 3.05대 1 등이다. 이어 △가톨릭관동대 2.98대 1 △충북대·을지대 각 2.97대 1 △충남대 2.73대 1 △제주대 2.52대 1 △건국대(글로컬) 2.45대 1 △강원대 2.02대 1이 2점대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2025학년도 의대 지역인재 선발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됨에 따라 수시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대학도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N수생 등이 지역인재전형에 대거 가세하지 않을 경우 수시 이월인원이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며 "수능최저를 못 맞출 경우 이월인원은 더욱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9월9일부터 시작되는 수시 원서접수에서 대폭 늘어난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비수도권 수험생 중 내신성적이 우수하고, 수능 최저에도 자신 있는 학생들이 실제 의대 지원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수능 최저 조건은 '변수' … 지방의대 수시정원의 95%, 수능 최저 맞춰야

    지역인재전형 선발 의무가 있는 26개 비수도권 의대의 2025학년도 수시 모집요강을 분석한 결과 46개 전형 가운데 수능 최저 기준이 없는 전형은 3개뿐이었다. 비수도권 의대 수시 총 모집인원 중 95%는 모두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춰야 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능최저 요구조건으로 '3개 등급 합 4'를 조건으로 내건 모집인원이 522명으로 수시 모집인원의 33.7%를 차지한다. '3개 등급 합 5' 모집인원은 399명(25.8%), '4개 등급 합 6' 모집인원은 219명(14.1%)이다.

    수능 최저 등급이 가장 높은 대학은 '4개 등급 합 5'로 영남대 지역인재전형(37명)이다.

    수능 최저 조건이 없는 모집인원은 지역인재전형 수시 총모집인원 1549명 가운데 78명으로 전체 5.0% 수준이다. 한림대(지역인재 기초생활)가 3명, 건양대(지역인재전형 면접전형)가 15명, 순천향대(지역인재종합 56명·지역인재기초수급자 4명)가 60명을 수능 최저 기준 없이 선발한다.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크게 늘었지만, 수능 최저 기준이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부전형을 준비하는 의대 지망생의 수험 부담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반고보다는 지역 자사고나 이른바 '지역 명문고'가 의대 입시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과거 최상위권 의대 지망생 중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최종 탈락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의대 진학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올해부터 다른 양상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수시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이 늘었지만, 수능 최저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라며 "일반고 출신 학생들이 수시 지역인재전형에 선뜻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