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3월 출범 예정저녁 8시까지 주식매매 가능해져 투자자 편의 증대주가 변동성 우려…실제 거래규모 증가로 이어질지 미지수
  • 온종일 바쁜 직장인 개인투자자 여러분, 정신 없이 현생(현재의 인생)을 살다 주식 매매를 하려고보면 이미 장이 마감됐던 경험 한번씩 있지 않으신가요?

    가상화폐처럼 24시간 언제든 국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면…? 내년 봄부터 적어도 저녁 8시, 퇴근 후 일정 시간까지는 그게 가능해집니다.

    내년 3월 국내 최초로 대체거래소(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가 출범하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로 운영됐던 국내 증권거래시장이 경쟁 체제로 바뀌면서 주식 거래시간도 지금보다 대폭 늘어납니다.

    ATS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습니다.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 EU, 일본 등에선 이미 ATS가 정착돼 복수 거래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ATS의 정식 명칭은 넥스트트레이드입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트레이드 ATS의 가장 큰 차이는 앞서 말씀드린 주식 거래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을 사고 팔 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사이 거래가 가능했지만 ATS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오후 6시 이후 나오는 기업 공시를 반영해 투자할 수 있고, 해외 이슈도 더 빠르게 반영해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업무 중 주식 매매가 어려웠던 직장인들도 퇴근 후 여유롭게 주식 부업이 가능해집니다.

    두 거래소가 존재하게 되면 같은 종목이더라도 가격이 달라집니다. 코인거래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좀 더 쉽습니다. 국내 코인거래소는 여러 곳. 비트코인 가격은 거래소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거래소가 두 곳이 되면 일시적으로 주식 가격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예컨대 A주식이 한국거래소에서는 2만500원, 대체거래소에서는 2만1000원일 수 있고 또 그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두 거래소의 종목 가격 불균형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건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은 가격이 더 유리한 거래소로 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간 접속 매매의 차이를 악용한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예상 체결가 표출 시간이 기존 20분에서 10분(오전 8시50분~9시)으로 단축되고, 종가 단일가 매매 시간도 5분(오후 3시25~30분)으로 제한됩니다. 이때 넥스트레이드에서는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수수료 경쟁에 따라 거래 비용이 절감되는 등 주식 투자자의 편익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넥스트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각 증권사들에 대한 매매체결 수수료를 20~40% 저렴하게 책정할 예정인데요.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로 인한 효용을 투자자들에게 돌린다면 투자 비용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호가를 도입, 세분화함으로써 다양한 투자 전략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증시는 시장가와 일반, 최우선, 최유리, 조건부 등 4가지 지정가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호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호가'가 추가됩니다. 

    ATS의 등장이 투자자에게 다 좋을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물음표도 적지 않습니다.

    일단 단순히 거래 시간이 늘어난 코스피·코스닥 2부리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 1000명 중 약 82%가 거래시간 연장 시 '거래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긴 했지만 실제 거래 규모로 증가로 이어질지는 모를 일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지난 2016년에 오후 3시 마감이던 정규장 운영 시간을 오후 3시30분으로 30분간 연장한 바 있지만 이 당시에도 실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비용절감 효과 역시도 투자자가 체감하기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수수료는 거래대금의 0.0023%로 이미 워낙 낮은데다가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증권사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이 효용을 투자자들에게 돌릴지는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통상 장 중 변동성을 고려해 정규장 마감을 앞둔 3~4시에 공시나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데, 기업공시 마감시간인 오후 7시 이후에도 거래가 가능해지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국내 첫 ATS 도입. 반쪽짜리 도전이 될지 한국 자본시장을 한층 꽃피우는 거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