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3년 5대 은행 희망퇴직 규모 6860명1인당 희망퇴직금 3억~4억원…대상 연령 하향추세디지털 기술 발전‧인뱅 경쟁 등 조직슬림화 필요성↑ 신규채용 줄이고 AI 업무 확대…효율성 극대화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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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최근 3년간 희망퇴직으로 짐을 싼 은행원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7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권 신규채용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 비어진 자리를 AI(인공지능) 은행원이 대신하면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일이 은행권에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9일 은행연합회의 ‘2023 은행 경영 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5대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총 6860명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2205명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 NH농협은행(1292명), 우리은행(1251명), 신한은행(1230명), 하나은행(882명) 순이었다.

    지난 2021년 2억~3억원 수준이었던 1인당 희망퇴직 지급액은 지난해 3억~4억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1인당 희망퇴직금이 4억원을 넘어섰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3억원대를 기록했다.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점이 평균 희망퇴직금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금 지급 개월 수는 정년까지의 잔여기간 및 임금피크 등을 감안해 산정한다”면서 “일반적으로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이 길수록 지급 개월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 희망퇴직 대상은 만 40세 이하 등으로 확대됐다.

    은행들이 높아진 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 희망퇴직을 지속하는 이유는 비대면·디지털로 기울고 있는 금융 환경 속에 ‘조직 슬림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무는 비대면으로 가능해졌고 점포 없이 운영되는 인터넷전문은행과도 경쟁해야 하는 등 변화한 환경에서 거대한 조직은 과거와 달리 약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직원들이 떠난 자리를 AI행원으로 대체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등 혁신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AI행원의 금융 서비스에 체크카드, 보안카드, 증명서 발급 등을 추가해 가능업무를 기존 56개에서 64개로 확대했다. 또한 실제 영업점에서 ‘굿서비스 우수직원’으로 선발된 직원들을 새로운 AI 은행원으로 재현하고 보다 많은 업무 시나리오 학습을 통해 더욱 자연스러운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고도화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부터 생성형 AI 기반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앱 ‘우리원(WON)뱅킹’에 탑재한 ‘AI뱅커’는 대화 형식을 통해 예·적금 상품을 설명하고 가입을 권유한다. 오는 11월부터는 대출 상품도 추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최초로 전국 모든 영업점에 AI 행원을 배치했다. AI행원은 30대 과장인 ‘이로운’과 20대 계장인 ‘정이든’이라는 설정도 부여됐다. 이로운 과장과 정이든 계장은 전국 영업점에서 투자상품 판매를 위한 필수적인 상품설명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향후 적용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앱인 '하나원큐' 내 소상공인 플랫폼 '사장님 ON'을 통해 'AI 기반 정책자금 맞춤조회' 서비스를 선보였다. AI는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경감을 위해 손님의 투입 정보와 실제 사업 현황에 맞춰 최적의 정책자금을 분석해 준다. 

    AI가 은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권 신규 채용은 줄어들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신규 채용 인원은 총 1060명으로 전년(2300명) 대비 반토막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