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ℓ당 최대 26원 인상 가능… 인상가는 8월부터 적용'밀크플레이션' 우려에 정부, 동결 또는 최소 인상 요청
  • ▲ 마트에 진열된 우유들ⓒ뉴데일리DB
    ▲ 마트에 진열된 우유들ⓒ뉴데일리DB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인상 폭이 리터(ℓ)당 최대 26원으로 거론되면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윳값 상승으로 원유를 주재료로 쓰는 제품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낙농가와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가공 업체로 이뤄진 낙농진흥회는 전날 소위원회를 꾸려 원유 가격 논의에 들어갔다. 위원들은 업체 이사 7명이며 소위원회에서 정한 원유 기본 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한다.

    협상은 한 달간 진행하고 진척이 없으면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는데, 올해 업체가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구매할 원유량을 조정하는 논의도 맞물려 연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는 6월 9일에 첫 회의를 열었지만 11차례 협상 끝에 7월 27일에 겨우 협상이 타결됐고,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10월에 인상분을 반영했다. 당시 음용유 기준 가격 인상분은 ℓ당 88원으로,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인상 폭을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음용유 사용량(169만t)이 전년보다 2% 감소한 것을 고려해 생산비 상승분(ℓ당 44.14원)의 60%인 ℓ당 0~26원에서 가격 인상 협상을 하도록 했다. 지난해 낙농가의 우유 생산비는 전년보다 4.6% 늘은 ℓ당 1003원이다. 현재 원윳값은 음용유용 원유 기준으로 ℓ당 1084원인데 협상 결과에 따라 ℓ당 111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원윳값이 오르면 원유를 주재료로 하는 관련 제품 가격 상승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49원 올리자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동시에 흰 우유 가격을 단행한 바 있다. 

    서울우유의 '흰 우유 1000 밀리리터(㎖)'는 6.6% 올라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대로,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240㎖)' 편의점 가격은 1500원에서 약 13.3%(200원) 올랐다. 지난해 10월에도 원유 가격 인상에 앞서 서울우유에서 '나 100%우유(1ℓ)' 출고가를 대형마트 기준 3% 인상했으며, 다른 업체들도 완제품 출고가를 4~9% 일제히 올렸다.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9.9%로 전체 물가 상승률(3.6%)의 2배 이상이었다. 올해 최대폭으로 인상될 경우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ℓ당 3000원을 넘을 전망이다. 

    유제품 업체뿐 아니라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쓰이는 제품의 가격 상승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아는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는 팥빙수 가격을 원자재 상승으로 500원 올려 5500원으로 책정했다. 엔제리너스와 빙수 판매 업체인 설빙도 가격을 6~7% 올렸다.

    정부는 국민의 물가 부담을 우려해 인상 동결 또는 최소화를 업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물가로 소비자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자는 "고정비용은 계속 나가는데 (우유나 유제품) 소비 자체가 줄고, 수입산 제품과의 경쟁 등으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