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기다린 환자 또 대기 '혼란' … 배후진료 연계 미비전체 교수 절반 이상 휴진 참여 … 수술방 가동 34% 예상증원 정책 반대, 환자 볼모 압박책 두고 거센 비판론 형성
  • ▲ 17일 의대증원 반대를 위해 교수 휴진이 결정된 분당서울대병원. ⓒ정상윤 기자
    ▲ 17일 의대증원 반대를 위해 교수 휴진이 결정된 분당서울대병원. ⓒ정상윤 기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쟁이나 재난재해 등 불가항력적 요인이 아닌 의대증원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무기한 휴진을 감행했다. 한국의료를 상징하는 최상위 병원이 의료공백을 만들어 대정부 압박을 취하고 있다. 

    이는 몇 달을 기다려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신뢰를 잃었다. 특히 중증질환자가 붐비는 병원의 특성상 예약 변경과 동시에 타 과 연계 등까지 적절한 조치가 있었어야 했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의대 교수들이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휴진에 돌입했다. 이날 외래 진료와 수술이 잡혔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직접 다른 날로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파악되나 일부 환자들의 불편은 여전했다. 

    서울대병원을 다니는 한 환자는 "진료 예약이 변경되거나 할 때는 미리 안내를 해주고 대기가 길어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뒤늦게 문자를 확인해 너무 혼란스럽다"며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환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인지 모르겠느냐"며 비판했다. 

    또 다른 환자는 "교수별로 언제까지 휴진할 것인지, 다른 병원으로 바꾸려면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등 정말 답이 없는 상태가 됐다"며 "진료는 받았어도 타 과 연계가 되지 않았다. 치료 체계가 완전히 엉켜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4개 병원(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20개 임상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967명의 54.7%에 달하는 529명이 휴진에 참여한다. 이에 따라 수술장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급격히 떨어진다. 

    정책 설계과정에서 직접적 이해관계자이자 전문가 집단이 반대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지만 이날 휴진이 '무기한'을 전제로 두고 있고 타 직역과 달리 생명권에 침해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폭력적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이라며 "중증‧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휴진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 1, 2차 병원 역할에서 빠지고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국내체계 상에서 집단 휴진으로 이를 고치겠다는 것 주장엔 어폐가 있다. 결국 의대증원 철회라는 목적에 다가가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이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울의대 비대위는 중증‧희귀환자가 피해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비응급이나 중등도 환자는 불안과 피해를 겪어도 된다는 의미냐"며 비판했다. 

    특히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가 환자의 불안과 피해라면 그 어떤 이유도 명분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즉각적 휴진 철회를 요청했다. 

    환자보다 제자를, 당장 죽음을 목적에 둔 환자 대신 미래의료를 걱정하며 강행한 휴진엔 명분이 부족하다. 이날 무기한 휴진 돌입은 한국 대표병원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기본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서울대병원은 그만큼 환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었지만 기득권을 보장받기 위한 휴진을 하면서도 예약 조정 및 배후 진료도 명확히 담보하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환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행위, 그 자체로도 서울대병원의 신뢰는 추락한 것"이라며 "이곳에 교수들을 믿고 생명을 맡겼던 환자들의 분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울분을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