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종부·상속세 개편 본격 … 野 태도 전환에 관심징벌 세금·기업 경쟁력 약화 등 개편 당위성은 넘쳐세제전문가 "여론 붙잡고 반대하는 야당 변화시켜야"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충남 천안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 만찬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충남 천안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 만찬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상속세 개편안에 힘을 싣기 위해선 확실한 명분과 대국민 이해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여론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 전문가들은 이들 세제 개편 방안을 놓고 여야 잡음이 심해 정부가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하며, 이에 야당 역시 동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를 초고가 1주택과 가액 총합이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고, 상속세의 경우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까지 인하한 뒤 세금 형태를 추가 개편할 방침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이런 내용의 세제 개편 방안을 언급했다. 성 실장은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대주주 할증을 제외하더라도 최고 세율이 50%로 되어 있는데 OECD 평균이 26.1% 내외로 추산된다"라며 "최대한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추가 알림을 통해 "종부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 최고 세율 인하는 여러 가지 검토 대안 중 하나"라며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세수 효과, 적정 세 부담 수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7월 이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중산층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총론에선 공감하고 있어 개편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야당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여전하고 각론과 전제를 두고서도 이견이 있어 22대 국회에서 두 세제 개편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세제 전문가들은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종부세·상속세 완화에 제동을 거는 야당에 대응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 국민과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점을 정부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세계 2위 수준으로 높은 상속세는 가업 승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다. 고(故) 김정주 넥슨그룹 회장이 타계했을 때 유족들이 넥슨 지주회사인 NXC 주식을 상속세로 내자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가 되는 촌극이 벌어졌고, 유니더스(콘돔)·쓰리세븐(손톱깎이)·락앤락(밀폐용기) 등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업체가 가업 승계를 포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기업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후 기업 지분을 넘기고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 이득세 형태로 전환하고, 현행 60%에 이르는 과도한 상속세율도 절반인 30% 수준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종부세 역시 집값 안정을 위해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도입됐으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한 채 납세자 수와 금액만 커지면서 징벌적 과세란 오명에 그쳤다. 1997년 당시에만 해도 서울 강남 압구정동 60평 아파트를 물려받아야 상속세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의 20~30평대 아파트라도 과세 대상이 됐다. 상속세가 더 이상 부자 세금이 아니라 '중산층 징벌세금'이 된 것이다. 

    특히 종부세는 지방 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사실 재산세가 이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재산세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징벌적, 이중과세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 세금 모두 부작용이 상당하다. 세제 개편의 정책적 이득과 사회 긍정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해 조세 실효성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인 이유다. 때를 놓치면 경제 전반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종부세 폐지·개편을 찬성한 것이 두 세금의 부작용이 크다는 것과 표심에도 악영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여론을 붙잡으면 야당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에 합세할 가능성 있단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종부세·상속세 개편에 대해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여론을 붙잡아야 한다"며 "여당이 여러 사례를 통해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하면 완화에 반대하던 국민도 인식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여론이 구축되면 야당도 무작정 반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인하는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접근을 잘하면 (개정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