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목소리 외면 못 해" 서울대병원 휴진 철회 이후 총공격 대상강희경·방재승 최악의 기피과 현장서 환자 돌봤던 의사들 … 낙인 찍혀임현택 의협회장, 특정 인물 거론 저격 행태 연일 도마환자단체장 "남은 의사들 향한 마녀사냥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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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의대증원 반대를 위한 의료계 또는 의대교수 집단휴진이 환자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실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더 많다. 정책에는 반대하더라도 환자를 살리기 위한 직업적 숙명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의지 때문이다. 

    이들은 낭떠러지 앞에 있는 의료 붕괴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그런데 환자를 돌보면 내부에서 심각한 수준의 저격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의사가 기득권에 함몰됐다는 일반화 이전에 참된 의사들에 대한 존중과 응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거나 휴진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의사들의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SNS나 기사로 표적에 오르면 저격의 대상이 되는 구조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과 방재승 투쟁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전공의 복귀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이를 위해 사직을 예고했고 휴진을 주도했으나 "환자 목소리를 외면 못 한다"며 휴진 철회를 발표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으나 일주일 만에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 교수들은 카카오톡 단체방 등에서 숱한 비판을 쏟아냈고 왜 사직하지 않았는지를 비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경 위원장은 국내에 전문가가 전멸한 상태인 소아 투석을 전담하고 있으며 방재승 투쟁위원 역시 미래세대가 없는 신경외과 세부분과인 뇌혈관외과를 선택해 개두술을 주로 해왔다. 즉, 최악의 기피 분야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이었다.

    결국 강 위원장은 "댓글을 보고 자살하는 연예인들의 심정을 아주 잘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단체방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방 투쟁위원의 사직에 대해서는 "병원 측에서 수리가 되지 않았고 월급은 전공의 지원금으로 기부했다"고 해명했다.

    내부 저격의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국민 설득이 필요한 전문가 단체보다 이익집단의 수장의 역할에 집중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좌표를 찍는 행위를 지속했다.

    의대증원 3000명 의견을 냈던 정영진 강남병원장, 집단휴진 불참 의사를 밝힌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을 비롯해 외국의사 수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등을 향해 비판과 내부 제보를 요구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했다. 

    저격의 대상이 되자 일선 의사들로부터 지속적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억울함이 있지만 대응하면 더 큰 저격과 공격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작금의 사태에서 무엇보다 환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험수준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복귀하라"며 이를 독려하는 전문의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의협 차원의 저격이 있었다. 

    ◆ 휴진 투쟁의 연속 … 남은 의사 향한 마녀사냥 중단해야

    전날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에 이어 내달 4일에는 서울아산병원 휴진이 예고된 상황인데 오는 29일 개최되는 의협 산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서 전체 의사 집단휴진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대란을 막겠다며 진행한 지난 26일 청문회에서 정부의 정책 추진 '근거 미흡'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로 의료계 투쟁의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열어뒀다는 것이다. 
     
    결국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이 배신자로 여겨지는 풍토가 확산해 환자 피해가 가중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지금은 남아 있는 의사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기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과 함께 남은 의사들을 응원하자는 취지의 대담을 진행한 바 있고 이러한 취지의 행보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병원에 남아 환자를 보는 전공의에 대한 보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계는 내부에서 환자를 돌보려는 의사들을 마녀사냥하지 말고 최소한 그들의 신념과 의지를 존중하길 바란다"며 "환자와 국민도 모든 의사가 기득권을 향해 싸우는 집단이 아니므로 일반화하지 말고 오히려 현장에 남은 의사들을 향해 감사와 응원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