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세밀한 접근도 없어" 비판2025년도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부결"결국 폐업, 일자리 감소 이어질 것" 우려최저임금 동결 또는 소폭 상승, 주휴수당 폐지 의견도
  • ▲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이달 2일 최저임금 구분적용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소상공인연합회
    ▲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이달 2일 최저임금 구분적용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 사안은 워낙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대한 세밀한 접근 없이 최저임금만 올리니까 소상공인들은 더욱 어렵고 현장은 알바가 아닌 ‘키오스크’가 대체하고 있는 형국이구요. 정말 화가 나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최근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무산된 것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 또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어선다면 더욱 부담이 커지면서 폐업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그동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업종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인해 한계상황에 놓인 숙박, 음식업, 편의점, 택시업계 등에 구분적용을 시범 적용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5일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결의대회’, 이달 2일 ‘2025년도 최저임금 구분적용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달 27일 ‘지불능력 고려한 2025년도 최저임금 결정 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가지며 최저임금 구분적용 등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방안이 결국 무산되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 ▲ 중소기업계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관련 대국민 호소를 했다. ⓒ설유빈 기자
    ▲ 중소기업계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관련 대국민 호소를 했다. ⓒ설유빈 기자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협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들 중 상당수는 직원들에게 월급 한 번 준 적도 없을 것”이라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한 쪽으로 치우친 심판들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계 회장은 최저임금이 현실적으로 ‘최고임금’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오히려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고용이 줄어들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최저임금 9860원에 주휴수당, 4대보험 등을 적용하면 1만2000원이 넘는다”면서 “실제로는 최저임금만 지급하지 않고 그 이상의 금액을 주고 있으며, 야간근무자에게는 식대 등도 따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감안하면 최저임금이 8000원이 넘었을 때부터 실질적으로 점주들은 1만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만약 최저임금이 1000원 인상되면 한 달에 최소 40만~50만원, 부가적인 비용까지 100만원 가까이 추가되는데, 점주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경배 대한숙박업중앙회장도 이번 최저임금 구분적용 무산으로 더 많은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업종별 재적 대비 폐업공제금 지급 비율은 통상적으로 1~6% 수준인데, 숙박, 음식업만 10%대, 지난해는 역대 최고치인 13%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숙박업은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최저임금이 올라도 고용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12시간 2교대인데 기본 8시간 이후 적용되는 연장근로 수당 등을 지급하면 현재도 월 300만원 수준을 지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 지난 2일 최저임금위 7차 회의 중 민주노총 일부 근로자위원이 투표용지를 찢은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일 최저임금위 7차 회의 중 민주노총 일부 근로자위원이 투표용지를 찢은 모습. ⓒ연합뉴스
    이어 “만약 노동계 요구안대로 최저임금이 1만2500원으로 오른다면 월 지급액은 4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면서 “지금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버는 소상공인들이 30~40%에 달하는 데 결국 폐업이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前 대통령 시절에 ‘소득주도성장’ 기조로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많이 상승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2일 최저임금위 7차 전원회의 당시 일부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의 투표 방해 행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위원은 표결을 선언하려는 이인재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거나 배포 중이던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어버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무법적인 행태에 대해 강력 비판한다”면서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소상공인 분야 관계자도 “법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들의 난동은 최저임금위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상징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