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자금 대여 중심 역할연평균 100%씩 불어…'20년 992억→23년 7620억'해상운임 강세에 수익성 개선… 논란 낮아져차입기업 위험전이 우려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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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그룹사 간 금전 대여가 올해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자금줄 중심 역할은 단연 SM상선. 해상운임 강세에 따라 최근 그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의 그룹사에 대한 금전 대여액은 2020년 992억원 수준에서 2021년 3500억원, 2022년 7401억원, 2023년 7620억원 등으로 급증 추세다. 최근 3년 연평균 증가율은 97.3%에 이른다.

    SM상선은 티케이케미칼, 삼라마이다스, 삼라, 케이엘홀딩스, 한통엔지니어링, 대한해운엘엔지, 동아건설산업, 삼환기업, 신화디앤디, 에스엠인더스트리, 태초이앤씨, 에스엠하이플러스, 경남기업 등 다른 그룹 계열사에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대여 중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케이엠홀딩스와 에스엠인더스트리에 각각 827억원, 765억원을 빌려줬고 3월에는 대한해운엘엔지(564억원), 태초이앤씨(135억원), 에스엠하이플러스(395억원)에도 자금을 대여해줬다.

    이후에도 5월 태초이앤씨(288억원)을 비롯해 6월 신화디앤디(344억원), 동아건설산업(464억원), 에스엠하이플러스(395억원), 에스엠홀딩스(175억원, 1개월), 동아건설산업(152억원), 경남기업(550억원) 등에 자금이 신규 대여되거나 연장됐다.

    이들 대여 거래의 이자율은 6.3~6.5% 사이에 형성됐으며, 3월과 6월 에스엠하이플러스가 1개월 만기로 대출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1년 만기로 계약이 이뤄졌다. 차입 계열사들은 대한해운, 우방, 경남기업 등 그룹사 주식 또는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SM그룹사의 금전 대여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상대적으로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SM상선 등 해운사가 금고 역할을 하고, 이들 기업에서 운영자금 명목으로 자금을 빌린 그룹사가 또 다른 계열사에 자금을 대여해주는 식이다.

    실제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최근 1년 에스엠인더스트리(726억원), 케이엘홀딩스(825억원), 삼환기업(64억원)에는 자금을 대여해줬고, 경남기업(60억원), 우방(125억원), SM상선(두 차례에 걸쳐 790억원)으로부터는 자금을 빌렸다. 같은 기간 경남기업은 삼환기업(70억원), 에스엠하이플러스(60억원), 삼라(70억원)에 자금을 빌려줬고 SM상선(550억원)으로부터는 자금을 차입했다.

    SM상선의 자금력에 대한 우려도 부분적으로 가시고 있다.

    SM상선은 해상운임이 꺾인 지난해 14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도 그룹사 대여 규모를 더 확대했다. SM상선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그룹사의 자금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발발할 수 있는 연쇄 부실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올 들어 해상운임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논란은 다소 가라앉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열사 간 금전 대여는 시중은행 금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게 이뤄지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차입 기업의 자금이 상환되지 못했을 때 어려운 기업의 신용 위험이 자금을 빌려준 쪽에 전이될 수 있으므로 계열사 간 자금거래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외부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서 결국 계열사 돌려막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SM상선의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고 걱정했다.

    한편 SM상선과 함께 대한해운, 대한상선 등 해운계열사도 그룹사 자금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해운은 2022년 282억원에 이어 지난해 372억원을 그룹사에 자금을 빌려줬고 올 1월 421억원, 3월 262억원, 5월 240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대한해운엘엔지에 대한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줬다.

    대한상선의 2022년 30억원이던 대여금은 지난해 207억원으로 확대됐다. 올 3월에는 동아건설산업에 빌려준 180억원의 만기를 1년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