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사내이사로만공동대표 2명+오너가 2명금전대여도 무사 통과미래 사업·투자 논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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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상선의 경영활동 감시 역할을 해온 사외이사 기능이 사실상 상실됐다. 2년 전 다수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던 이사진은 지난해 모든 안건에 찬성하며 거수기로 전락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그나마 남았던 사외이사 1명마저 짐을 싸며 의사결정 견제 기능이 무력화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최근 1년(2023년 5월 10일~2024년 5월 9일) 22회에 걸쳐 이사회를 열었고, 총 42개 안건을 상정해 모두 원안 가결했다. 이 기간 결의안건 중 절반은 ‘그룹사에 대한 자금대여의 건’, ‘대여 담보 교체의 건’ 등 금전 대여 관련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 이사회 안건에서 단 한 차례의 반대표가 나오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SM상선의 과거 이사회에서는 다수의 반대표가 발생, 사외이사의 소신 있는 의견 피력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실제 직전 1년(2022년 5월 11일~2023년 4월 28일) SM상선 이사회에는 38개의 상정 안건 중 무려 9개 안건에서 반대의견이 제기됐다. 이보다 앞선 1년(2021년 5월 13일~2022년 4월 28일)간 이사회에서도 1개 안건에서 반대표가 나왔었다.

    그룹사 금전 대여 관련 안에 반대표가 집중됐으며, ‘타법인 주식 취득의 건’에서도 한 차례 반대의견이 나왔다. 해당 기간 반대표가 나온 안건들 모두 참석 이사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며 원안 가결됐지만,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을 수행한 것이어서 고무적으로 평가됐다.

    SM상선은 수년째 티케이케미칼, 삼라마이다스, 삼라, 케이엘홀딩스, 대한해운엘엔지, 동아건설산업, 삼환기업, 신화디앤디, 에스엠인더스트리, 태초이앤씨, 에스엠하이플러스, 경남기업 등 그룹사에 자금을 대여하며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사에 대한 금전 대여액은 2020년 992억원 수준에서 2021년 3500억원, 2022년 7401억원, 2023년 7620억원 등 증가 추세다. 대다수 반대의견이 그룹사에 대한 자금대여 관련 사안에서 나온 점에 비춰 사외이사도 기업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SM상선은 우호적인 업황에 힘입어 2021년 1조839억원, 2022년 1조805억원 등 2년 연속 조단위 이익을 냈다. 이 시기 그룹사 대여금이 급증한 한편, SM그룹사의 HMM 주식 취득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타법인 주식 취득의 건’에 대해 반대표가 나온 것도 이때와 맞물린다.

    지난해 3월 SM상선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사외이사 2인 체제에서 사내이사 4인·사외이사 1인 체제로 재편됐다. 윤영규 이사가 사외이사직에서 해임되고, 우기원 SM상선 해운부문장이 사내이사에 오르면서다. 이후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현재까지 반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올 3월에는 유일하게 남았던 황승표 사외이사가 해임되며 사외이사는 ‘0명’이 됐다. 현재 SM상선 이사회는 강호준·조유선 공동대표와 우오현 SM그룹 회장, 우기원 부사장 등 4인의 사내이사로만 구성됐다. 상법상 비상장사가 사외이사를 꼭 임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

    SM상선은 해상운임이 꺾인 지난해 14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서도 그룹사 대여 규모를 더 늘렸다. 같은 기간 유·무형자산취득액 기준 투자액(CAPEX)은 2021년 3590억원, 2022년 213억원, 지난해 57억원 등 급감하며 투자 활동이 위축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초대형 유조선(VLCC) 운임이 강세인 현재 오히려 매각을 결정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사회에서도 미래 사업이나 투자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것으로 안다. 해운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1년 SM그룹사 이사회 안건 중 반대표가 나온 곳은 남선알미늄이 유일하다. 지난해 12월 26일 개최된 남선알미늄 이사회에는 ‘남선홀딩스 대여금 약정의 건’이 상정, 사외이사의 반대의견이 제시됐지만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후 남선알미늄은 12월 말 남선홀딩스에 약 87억원을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여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