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지표 15개 중 8개 미준수준수율 60%→53.3%→46.7%주주·이사회 관련 지표↓“내부 프로세스 개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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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그룹 내 상장 해운사인 대한해운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성과가 2년 연속 후퇴했다. 당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노력이 아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대한해운의 최근 3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020년 40%에서 2021년 60%로 개선된 이후 2022년 53.3%, 2023년 46.7% 등 2년 연속 감소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는 금융당국이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준수할 필요가 있는 항목 15를 추린 것으로, 기업은 매년 성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전까지 ▲주주 4개·이사회 6개·감사기구 5개로 구성됐던 지표는 이번에 ▲주주 5개·이사회 6개·감사기구 4개로 바뀌면서 세부 내용도 조정이 됐다.

    대한해운의 지난해 주주 관련 항목에서 4개, 이사회 관련 4개 등 전체 15개 중 절반이 넘는 8개 지표를 미준수했다. 감사기구 관련 4개 지표는 2022년 미준수했던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를 개선하며 지난해에는 모두 준수했다.

    반면 주주 관련 지표에 새로 추가된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을 미준수했고 이전까지는 준수했던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항목이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으로 바뀌면서 미준수에 포함, 전체 준수 성과가 뒷걸음질 쳤다.

    이번에 새로 추가되거나 내용이 바뀐 지표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주 및 이사회 관련 지표가 수년째 개선되지 않는 것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주주 관련 지표에서는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1회 주주에게 통지’ 등 3개 항목을 수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주주총회가 집중된 시기에 정기주총을 개최하면서 소집공고는 주총 15일 전에 실시됐으며, 주주환원 정책은 아예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다.

    대한해운 측은 “대내외적 환경요인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는 자본을 내부적으로 유보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어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 등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배당 가능 여건이 되면 배당정책 및 실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해운은 이사회 관련에서도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이전까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등 3개 항목을 수년째 미준수하고 있다.

    대한해운의 이사회 의장은 민태윤 대표가 맡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 선임토록 권고해왔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내용을 강화, 이사회의 실질적인 독립성 유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1주당 선임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를 활용하면 소수 주주도 의견을 모아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선출,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유지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

    향후에도 이사회 의장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채택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대한해운이 다양한 분야의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제안권을 통한 주주 의견 반영 등 보완책을 통해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꾀하고 있어서다.

    대한해운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며 “다양한 전문성과 배경은 물론 독립성이 검증된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에는 정관에 의해 허용하지 않아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소액주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상법에 따라 주주가 제안하는 경우 그 의견을 반영해 이사 선임과정에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해운은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로 올바른 기업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내외 변수들로 인해 준수하지 못한 사항들도 있다”며 “향후에는 미준수한 핵심지표를 준수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명문화된 규정 또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