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청문회서 다시 불거져후보자 "시효·법령 검토해야"300억 메모 → 1조3800억 재산분할 '타당성' 논란
  • ▲ 최태원 SK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 최태원 SK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핵심 쟁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실체가 파헤쳐질 전망이다. 국세청장 후보자가 과세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국세청이 실체 조사에 나선다면 최 회장의 이혼소송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의사록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질의자로 나선 김영환 민주당 의원도 "이제까지 과거엔 확인되지 않은 돈"이라며 "불법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금이라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환수 조치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언급된 비자금은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전달된 904억원을 가리킨다.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 적힌 것으로 선경에 전달된 300억원과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다. 노 관장 측은 이를 근거로 최 회장과의 결혼 생활 중 축적한 재산의 기여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1조3800억원이란 재산분할을 결정했다.

    최 회장 측이 적극 반박하는 논리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선경에 전달됐다는 자금의 실체가 없고, 오히려 노태우 정권과의 관계 때문에 경영에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SK 성장이 불법적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거나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으로 저 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가능성에 머물지만, 국세청이 이 비자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메모에 적힌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되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국세법에는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 및 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을 받은 것을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즉 노 관장이 '메모'를 인지한 시점을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로 규정하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하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 씨에게 건너간 비자금이 뒤늦게 알려져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도 있다.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하면 대법원으로 넘어간 최 회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재산분할액의 핵심 근거인 만큼 국세청 조사에도 비자금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재판부가 인정한 메모의 증거능력도 상당 부분 상실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국세청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30여년 전 일이라 실체를 명확히 밝히지 못할지라도 조사에 착수하는 것만으로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