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 韓, 美 무역 적자국 순위 7위로 '쑥''자국 우선 본능' 트럼프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 견제"대미 수출 증가, 공급망 재편 여파"…대미 소통·설득 중요
  •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240719 AP/뉴시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240719 AP/뉴시스. ⓒ뉴시스
    무역수지 적자를 자국의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약탈'로 간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확대에는 미·중 신냉전이 초래한 공급망 재편, 이에 대응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급증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대미 흑자는 다른 국가와는 성격이 다른 점이 많은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다양한 민관 채널을 가동해 미국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동기대비 55.1% 증가한 287억 달러를 나타냈다. 이 기간 대미 흑자는 한국의 전체 흑자 231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대미 무역수지는 500억 달러대에 육박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44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미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9년 114억 달러 △2020년 166억 달러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 △2023년 444억 달러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대미 흑자 확대는 한국의 대미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대미 수출이 급격히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명해지고 있다. 월간 대미 수출은 지난해 12월 20여년 만에 대중 수출을 앞질렀고, 이후에도 대체로 미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 중이다.

    올 상반기 대미 수출도 지난해보다 16.8% 증가한 643억 달러로, 대중 수출 634억 달러보다 많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가 지난해보다 28.9% 증가한 190억 달러로 수출액이 가장 많았고 △반도체 45억 달러 △자동차부품 41억 달러 △석유제품 27억 달러 △컴퓨터 18억 달러 △배터리 16억 달러 △기타 기계류 15억 달러 △원동기와 펌프 12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대미 수출 호황과 이에 따른 대미 흑자 확대는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국 중심 통상정책 등 환경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분야와 함께 민감하게 여기는 전력망, 통신망, 항만 인프라 등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 점도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전반적인 수출 호조는 내수와 투자 정체 속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3% 증가한 가운데 순수출 기여는 0.6%에 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커졌다는 '대세론'이 확산하면서 대미 흑자 확대가 자칫 한국을 향한 무역 압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는 무역 적자 원인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지목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한국의 대미 흑자에서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현지시각)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와서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우리나라를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이용해왔다. 소위 우리의 동맹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그렇게 했다"면서 사실상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국에 자동차 수출을 많이 하는 동맹국을 겨냥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본 무역 적자국에서 한국 순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2022년 9위(439억 달러)로 10위권에 들었고, 지난해 8위(5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5월까지 한국은 다시 캐나다를 제치고 7위(285억 달러)에 올랐다. 앞선 1~6위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일본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