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 금융당국, 은행권 압박시중은행, 금리 올려 대응… 서민 부담만 늘어글로벌 금리 하락세… 국내만 역주행 '기현상'
  • ▲ 은행ⓒ연합뉴스
    ▲ 은행ⓒ연합뉴스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주택 대출금리는 거꾸로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계 빚 급증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 상승과 가계 빚 증가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오히려 은행들은 배를 불리고, 서민들은 부담이 커지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3조6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712조1841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보다 3조6118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 15일부터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3%포인트나 올렸고, 신한은행도 일주일 새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우리은행 역시 이달 중순 주담대 금리를 소폭 올린 데 이어 24일부터 0.2%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전세대출 금리도 올리고 있다.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와 코픽스(COFIX) 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최근 연중 최저점까지 떨어졌다. 시장금리는 하락하는데 은행권 주택 대출금리는 거꾸로 오르는 것.

    이에 예금 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증가하고, 반대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커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이 지난 달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지난해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은행의 단순 평균 원화 예대 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38%포인트(p)로, 2022년(1.16%p)보다 0.22%포인트(p) 커졌다.

    예대 금리차는 은행이 자금 차입자로부터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예금금리 간 격차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 은행의 이자수익은 늘어난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예대 금리차(1.55%p)가 가장 컸고, 하나은행(1.37%p)·KB국민은행(1.35%p)·우리은행(1.33%p)·신한은행(1.29%p)이 뒤를 이었다.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은행 직원들의 소득과 희망퇴직금도 전반적으로 늘었다.

    5대 은행의 작년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2022년(1억922만원)보다 3.14% 증가했다. 5대 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이다.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억1566만원)·NH농협은행(1억1069만원)·우리은행(1억969만원)·신한은행(1억898만원)이 뒤를 이었다.

    소득 증가율은 우리(7.00%)·KB국민(4.78%)·NH농협(4.38%)·하나(1.04%) 순이었다. 신한은행은 유일하게 1.13% 정도 평균 연봉이 뒷걸음쳤다.

    5대 은행의 평균 희망퇴직금(특별퇴직금)도 3억5548만원에서 3억6168만원으로 1.74% 불었다. 희망퇴직 시 특별퇴직금 1위는 하나은행(4억915만원)이었고, 우리은행(4억265만원)도 4억원대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3억8100만원)·NH농협은행(3억813만원)·신한은행(3억746만원)의 특별퇴직금은 3억원대였다.

    5대 은행에서 지난해 희망퇴직한 은행원들이 받은 총퇴직금은 평균 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