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환노위서 노란봉투법 단독으로 의결하청 노조, 원청에 대한 과도한 교섭 요구 가능경영계·정부 "노사 갈등 부추기고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 ▲ 18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주영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주영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갈등과 노조의 불법 파업 조장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개정안은 근로자의 단체교섭 대상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원청 기업은 수많은 하청 노조와 일일이 단체협상을 벌여야 한다. 하청 근로자는 하청업체의 직원이기 때문에 원청에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채용과 해고에 대한 권한이 없음에도 처우 개선 의무를 져야 한다.

    노동자를 상대로 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 제3조 1항에는 "사용자는 이 법(개정안)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개정안에 보면 법적 해석이 모호할 수 있는 문구들이 있는데, 노조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문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제3조 2항에선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있다면 노조와 근로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 손해"를 가해도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명시만 돼 있을 뿐 부득이한 손해의 범위가 규정돼 있지 않다.

    3항에선 법원이 노조나 근로자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해도, 배상을 조합원과 근로자의 파업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정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한 전문가는 "조합원들마다 파업 기여도를 어떻게 산정할 수 있겠느나"며 "조합원들의 손해 배상 책임을 분산시켜 쉽게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청에 속한 임금 근로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원청에 대한 임금, 용역 단가, 지원금 등에 대한 교섭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며 "사용자 즉 기업 입장에선 교섭 의무가 생겨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환노위를 넘은 노란봉투법을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본회의 상정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가 남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통과가 유력하다.

    정부와 경영계는 이날 노란봉투법이 환노위에서 통과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특정 소수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감면하고 기득권을 강화하며 노동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한다"며 "남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문제의 절대다수는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내용을 전혀 담지 않고 오히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사용자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사 관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노조의 불법쟁의행위로 인한 사용자 측 피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면제함으로써 노조의 불법 파업과 현장의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법안은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항의하며 전원 퇴장했다. 지난 16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와 18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