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스테이지엑스 제4이통사 자격 취소 확정7전 8기 도전 물거품, 자본금 납입 시점 미준수 등 발목"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쳐 충분한 안전장치 마련해야"
  • ▲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뉴데일리 DB
    ▲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뉴데일리 DB
    국내 제4이동통신사(이하 제4이통사) 출범이 다시 좌초됐다. 14년간 8번이나 실패한 제4이통사 찾기를 계속해야 할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다.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 회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지난 1월 31일 5G 28㎓ 대역 주파수를 4301억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예상 최종 낙찰가 1000억원의 4배가 넘는 액수를 써내면서 화제가 됐다. 7전 8기 끝에 비로소 제4이통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업계의 우려는 끊임없이 나왔다. 예상보다 많은 입찰액을 쏟아부은 스테이지엑스가 대규모 자금 조달이 용이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 이동통신3사가 2018년 해당 대역을 2000억원대에 낙찰받은 것과 견줘봐도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모회사인 스테이지파이브의 자본잠식 규모는 약 1685억원에 달하는 등 재정적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높았다.

    향후 조 단위가 예상되는 설비 구축 비용도 스테이지엑스가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테이지엑스는 3년 내 5G 28㎓ 기지국을 최소 6000대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1200억원이 필요하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납입 시점 미준수, 주주 구성과 당초 사업계획서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후보 선정 취소를 발표한 것.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서 전파법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필요사항을 불이행했으며, 서약서를 위반했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의욕에 앞선 나머지 재정능력, 이행능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뒤늦은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4이통사 출범은 정부의 오랜 숙원 과제 중 하나로 현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도 맞닿아있다. 2010년 이후 7번간 고배를 마시면서 정부는 최저경쟁가격을 낮추는 식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철저한 검증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이 같은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제4이통사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도 불거진다. 5G 28㎓ 대역이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수익성 확보에도 제약이 많았다. 국내 이통3사도 28㎓ 대역 의무 기지국 수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회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일본 라쿠텐 모바일은 2020년 4월 제4이통사에 진출했지만, 5년간 누적된 적자로 모회사인 라쿠텐 그룹까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바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이통3사와 유의미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다. 

    정훈 청주대 회계학과 교수에 따르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3만 5000원으로 잡았을 때, 스테이지엑스가 매출 1조원을 내기 위해서는 가입자 238만명이 필요하다는 것. 2009년 들어 이동통신 보급률이 98.4%로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올해는 150%를 웃돈 만큼 현재는 신규 사업자가 통신 시장 판도를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산적한 통신 분야 현안을 푸는 데 제4이통사 출범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선정 취소를 계기로 통신사업자 선정 과정 등에 제도적 미비점이 있는지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제4이통도 한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그쪽만 보는 것 같은 우려가 있다"며 "꼭 있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필요성은 인정되는데 상황이 긴박한지 등 고려 요소가 꽤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14년이 지난 지금의 통신 시장은 이통3사의 저가 요금제 등으로 통신비 인하 기조가 뚜렷해진 점을 주목한다. 제4이통사를 출범에 대해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쳐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책임감 있는 사업 전개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중·저대역 주파수 할당 등 보다 실질적인 유인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스테이지엑스가 실효성 없는 사업 계획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본 확충과 투자 집행에 관한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부과하고, 투자된 자본에 대한 법적 규제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