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문제로 수차례 리콜차량 전소… '감식-원인규명-배상' 수년 걸릴 수도전기차 안전 우려 증폭 … 관련 업계 초비상
  • ▲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CCTV 영상ⓒ연합뉴스
    ▲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CCTV 영상ⓒ연합뉴스
    인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두고 벤츠, CATL, 차주 간 치열한 책임공방이 예상된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피해규모가 큰데다 사회적 파장도 계속 확산되고 있어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피해는 ▲연기 흡입 등으로 인한 입주민 23명 병원 이송 ▲차량 140여대 화재 및 열손·그을림 손상 ▲아파트 수백세대 단전 및 거주 불가 이재민 발생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 복구와 사고원인 규명이 한창인 가운데 안팎의 관심은 책임소재에 쏠려 있다.

    차량 제조사인 벤츠, 배터리 공급사인 CATL, 관리 책임이 있는 차주의 귀책사유에 따라 수십억에서 수백, 수천억원까지 손배책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일단 해당 벤츠 EQE 차종이 배터리 문제로 수차례 리콜 대상이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벤츠코리아는 지난달 EQE 6차종 726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하기 위해 고객통지문을 발송했다. 고전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tment System)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됐다는 이유였다.

    고전압 BMS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다른 제어 장치들로부터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요청받을 경우 과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지난 4월에도 벤츠는 EQE 등 8개 차종 2만7406대의 48V 배터리 접지부의 연결 볼트 고정 불량으로 리콜을 진행했다. 이럴 경우 접지선 연결 단자와 연결 볼트의 접촉 면적이 줄어들어 전기 저항이 증가하고 온도가 상승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차주가 리콜 통지를 받고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과실 및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차주가 리콜 통지를 받고 조치를 취했음에도 화재가 발생했다면 책임소재는 벤츠나 CATL로 넘어간다. 

    배터리의 소프트웨어인 BMS의 문제라면 벤츠에 책임이, 배터리 자체 문제라면 CATL에 책임이 있다. 둘 다일 가능성도 있다.

    이번 화재가 난 벤츠 EQE 350에는 중국 CATL의 NCM 811 배터리가 장착돼 있는데 전기차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이후 중국과 미국 등지서 몇차례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책임이 인정될 경우 형법상 제조물책임법 적용이 예상된다. 제조물책임은 제3자에게 확대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적용 가능하다. 화재로 전기차만 피해를 입었다면 적용할 수 없지만, 연기흡입으로 제3자인 아파트 입주민이 피해를 입어 적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전기차 화재 시 발생하는 비용은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나눠서 부담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 코나 EV 리콜로 비용 1조4000억원 가량이 발생했을 때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3:7 비율로 비용을 분담했다. 당시 양사는 협력 관계를 고려해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원인은 밝히는 데도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코나 EV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까지 장장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2019년부터 발생한 코나 EV 화재의 원인을 지난해에서야 '배터리 합선'으로 결론지었다. 

    한편 벤츠코리아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량이 리콜을 제때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무척 조심스러워 했다.

    5일 벤츠코리아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아파트와 피해 지역 주민 등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국에 협조해 철저히 조사하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