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금리인상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블랙먼데이 초래 앤 캐리 추가 청산 규모·지속 여부 관심…글로벌 IB도 '분분'美 9월 빅컷 단행 시 앤 케리 청산 속도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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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증시가 그야말로 롤로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지난 5일 '블랙 먼데이'가 그 시작입니다. 지난주 월요일,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한 뒤 격동의 한 주를 보냈습니다.

    극심한 하락세의 배경 중 하나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청산이 지목됩니다.

    캐리 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 통화를 빌려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보이는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자본 손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죠. 0%대 안팎의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한 엔화를 빌려 미국 기술주 등 성장 자산에 투자된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려면 지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해 9월 22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당시 서독), 일본 재무장관이 미국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맺습니다. 이 합의를 통해 달러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나머지 국가 통화의 가치는 상당폭 올라갔습니다. 

    평가절상의 폭이 가장 컸던 국가는 단연 일본이었습니다. 합의 발표 다음 날 엔화 환율은 달러당 235엔에서 215엔으로 떨어졌고, 1년 후에는 달러당 120엔대에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엔고로 인한 불황을 염려한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시행했고 이는 부동산과 주식 투기를 부추겨 거품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플라자합의는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계기가 됩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외화를 사두거나 금리가 높은 나라의 예금·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투자자들은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이라고도 불렸는데요. 와타나베라는 성(姓)이 흔하고 투자자들 중에 주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와타나베 부인은 물론 전 세계 헤지펀드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통화부터 국채,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까지 다양한 자산에 투입됐으며, 특히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미 기술주에 상당액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엔 캐리 자금의 전체 규모는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렵지만 시장에선 20조달러(약 2경7500조원) 수준으로 분석됩니다. 막대한 자금이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주 블랙 먼데이 같은 글로벌 증시 폭락을 일으킬 정도로요.

    엔 캐리 청산은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인상(0~0.1%→0.25%)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인하를 시사하며 촉발됩니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가 급등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흩어져 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증시 불안을 키운 것입니다. 최근 증시의 폭락은 엔 캐리 트레이드에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엔 캐리 청산이 얼마나,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입니다. 사실 정확한 엔 캐리 자금의 전체 규모도, 청산 정도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이견을 보입니다. 시티그룹은 엔 캐리트레이드가 위험구역을 벗어났다고 진단했습니다. JP모건 퀀트팀은 75%, JP모건체이스 외환전략팀은 50~60%, UBS는 40% 정도가 청산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청산이 빙산의 일각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엔 캐리 동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발표하는 비(非)상업부문의 엔 매도 포지션은 7월 2일 기준 18만4223계약에서 이달 6일 기준 1만1354계약으로 한 달 만에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엔 캐리 거래가 90% 정도는 정리됐다고 볼 수 있지만 선물 이외의 포지션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좀 더 정리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글로벌 증시 폭락에 영향을 준 엔화 초강세 현상은 누그러져 외환시장 변동성도 당분간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7일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BOJ) 부총재가 한 강연에서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는데요. 사실상 금리인하를 않겠다는 백기투항에 가까운 발언으로 평가됩니다. BOJ의 추가 금리 인상이 연말쯤에나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엔화의 강세 유인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입니다.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 미국과 일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유인이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만약 9월 연준이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단행 시 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다만 연준은 빅컷에 대해 신중한 입장입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미셸 보우먼 연은 총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캔자스 은행가 협회 연설에서 "5월과 6월 인플레이션이 낮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진전이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 목표를 불편하게 상회하고 있다"며 "현재의 정책 기조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