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구조개혁 지체에 내수 부진… 민간소비 전망 1.8%→1.5%"금리 점진적 조정해야… 해외 사례 미뤄봤을 때 구조개혁 필수"기재부, 내수 회복 조짐 관측… '경제동향 8월호' 메시지에 주목
  • ▲ 지난 2분기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2% 넘게 줄어 1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 지난 2분기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2% 넘게 줄어 1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수출 호조와 달리 내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며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각 전문 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한 상황에서 향후 내수 반등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내수는 계속해서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고금리 기조와 구조개혁 지체가 지속되면서 민간 소비가 줄어들고 투자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 지출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특히 소매 판매는 2022년 2분기(-0.2%)부터 9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래로 최장기간 이어오고 있다.

    향후 내수를 비롯한 경제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치보다 소폭 하향 조정됐다. KDI는 8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1분기에 이례적으로 높았던 성장세가 내수를 중심으로 조정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총수출은 반도체 경기가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호조세를 보이면서 기존 전망(5.6%)보다 높은 7.0%로 제시했으나, 내수는 하향 조정되면서 경상수지는 기존 전망(703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된 77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민간 소비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를 반영해 기존 전망(1.8%)보다 낮은 1.5%로 제시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낮은 0.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내수 부진이 파급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흐름은 타 주요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투자증권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4%로 내렸고 삼성증권은 종전 2.7%에서 2.5%로 낮췄다. 유진투자증권과 흥국증권, KB투자증권도 각각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의 걸림돌로 소비 부진에서 기인된 내수 침체가 꼽히며 반등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대외 변동성에 취약한 우리 경제가 중동의 지정학적 문제나 중국·미국의 경기 급락에 따라 경기 회복세가 더뎌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리인하와 구조개혁으로 내수 반등에 선제적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0년 5월(0.50%) 최저점을 찍은 이후 작년 1월(3.50%) 최고점을 경신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내년까지 고금리로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환율이 안정된다면 금리를 내리고 내수 경기를 부양시켜 자본과 외환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5월 통화정책 방향에서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며 "언제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국내 경제 상황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월 인하 가능성'에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충분히 (인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7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물가 안정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될 경우 점진적 금리 인하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높일 상방 요인으로는 성공적인 구조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제시했다.

    유럽 경제의 큰 축인 독일의 경제가 구조개혁 지체로 추락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구조개혁과 함께 산업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개혁 등 주요 정책이 제 시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개혁 정책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정책도 지체없이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재부가 '8월 최근 경제동향'에서 어떤 전망을 내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월호에서 기재부는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과 함께 경기 회복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