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탈 지분 공개매수 … 에어로·시스템 유상증자3378억 원 실탄 마련 … 26.6% 지분 확보 가능한화오션, 국내 첫 美 함정 MRO 완료 … 美 공략에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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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호주의 방위산업체인 오스탈(Austal)에 대한 인수를 재추진한다. 미국에서 군함을 건조할 시설을 갖춘 조선소를 보유한 해당 업체를 인수해 미국 군함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통해 오스탈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공개 지분 매수를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미국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유상증자를 통해 호주의 계열 회사인 'HAA №1 PTY LTD'에 각각 2026억 원과 640억 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입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공시에서 취득 목적을 "발행 회사를 통한 호주 등 글로벌 시장 진출 및 당사 해양 시스템 기술력과의 시너지 사업 확대"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올해 설립된 HAA No.1 PTY LTD의 누적 자본금은 3378억 원에 달한다. 오스탈 시가총액은 13억9100만 호주달러(약 1조2700억 원)로, 해당 자본금이면 시장가 기준 지분 약 26.6%를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현지 자회사에 쌓인 자금을 호주에 본사를 둔 조선업체 오스탈의 지분 매수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해 4월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9300억 원)에 오스탈 인수를 제안했지만, 오스탈 경영진이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오스탈 이사회가 인수를 위한 실사를 하려면 500만 달러를 내라고 요구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상법상 외국 투자자가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를 거쳐야 한다. 한화그룹은 이번 공개 매수로 오스탈 지분 9.9%를 우선 확보한 뒤 FIRB 승인을 얻어 19.9% 이상의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오스탈은 군함 전문 조선 업체다. 호주에 본사가 있지만, 미국 앨라배마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등 주요 사업은 미 해군 관련 사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미국 해안경비함 사업(33억 달러) 및 미 해군 사업(1억5000만 달러) 등 정부 사업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해 오스탈 인수를 재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조선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 재추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화오션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 미국 조선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화오션 미국 해군 MRO 사업에서 국내 조선 3사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3일 국내 최초로 수주한 미 해군 함정 '윌리 쉬라호(Wally Shirra)'의 MRO 정비를 완료, 경남 거제 사업장에서 재출항을 마무리했다. 6개월간 진행된 해당 사업에는 ▲선체·기관 유지보수 ▲주요 장비 점검·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이 포함됐다.

    업계에선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업에서 미 해군이 모르던 결함까지 발견해 정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글로벌 해군 MRO 시장의 요충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이번 MRO를 계기로 미국과 손을 잡고 조선업 협력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 8월 윌리 쉬라호의 MRO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1월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USNS YUKON)'호의 정기 수리 사업을 연이어 수주, 미국 내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 MRO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사업 성공을 통해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다"라며 "앞으로도 한미 해군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해군 MRO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