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차 1만대 당 화재 발생 1.3대 … 내연차는 1.9대 수준지난 3년간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 급증 … 화재 발생 수도 동반 상승
  • ▲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에 전기자동차 입차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에 전기자동차 입차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이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등으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 충전소를 지상으로 옮기는 단지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아예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입주민 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기차 포비아가 과장돼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내연차보다 높았던 적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화재는 72건으로 차량 1만대 당 1.3대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내연차 화재는 4724건, 1만대 당 1.9대 수준이다. 전기차보다 내연차 화재 발생률이 더 높은 셈이다.

    다만 전기차 화재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전기차 화재 통계가 공식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17년 1건부터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2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내연차가 전기차보다 화재 발생률이 높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차량 1만대 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0.4건, 내연차 2.2건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내연차는 화재 발생률이 줄었지만, 전기차는 약 3배가 된 셈이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그만큼 전기차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20년 13만4962대에서 지난해 54만3900대로 3년 동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잇단 전기차 화재, 범인은 '배터리?' … "배터리 제조사 공개, 능사 아냐"

    전기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에 출시된 차량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이 나는 빈도가 잦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게다가 리튬 배터리 특성상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목도가 더 커지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유독 가스가 더 많이 나오고 진화에도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며 "특히 (전기차) 바닥에서 불씨가 생기고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진압에 어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13일 전기차 화재 대책 회의를 열어 전기차 완성체 업체에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권고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란 목소리가 커졌기때문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선 전기차 제조업체와 배터리 제조사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결함이 있거나, 화재 사건을 유발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소비자들이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제조사를 공개한 업체는 현대차·기아,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폭스바엔그룹코리아 등이다. 그러나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란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공개가 소비자 입장에선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조사 공개가 아닌 충전 효율을 제어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특성상 지하에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폐쇄된 공간에서 어떻게 전기차 화재를 진화할 수 있을지의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사가 알려지면 우리 회사와 배터리 제조사 간 계약 내용이 알려질 수 있어 통상 양측은 (제조사를) 비밀로 한다"며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다면 자칫 통상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에 어떤 배터리를 탑재했는지,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등은 영업비밀로 취급해 왔다"며 "내용이 알려지면 자칫 다른 배터리 업체와의 협상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전기차 관련 대책을 마련해 다음달 초 공식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 과충전 방치 체계 수립 등 안전성 확보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지하 대신 지상 충전기 확대 방안,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설치 확대 방안 등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