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손보사 일제히 반기 최대 실적 경신에도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몸 낮추기IFRS17 '회계 꼼수' 가능 시스템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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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화재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잇따라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고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앓는 소리를 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 CEO(최고경영자) 체제에서 최대 실적 경신이라는 업적을 널리 자랑하고 싶은 일이 당연한데 일부 회사에서는 '사상 최대'라는 표현을 기사 제목에서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이 IFRS17 도입에 따른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정조준하며 개선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타깃이 될까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의혹을 일정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의 별도기준 상반기 당기 순익은 4조8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삼성화재와 DB손보는 각각 1조2772억원과 1조1241억원의 순익을 실현하며 '1조 클럽'에 등극했다. 메리츠화재도 9977억원으로 1조원에 바짝 다가선 실적을 냈다. 순이익 증가폭이 가장 큰 현대해상은 전년 동기 대비 68% 급증한 8330억원을 기록했다. KB손보는 8% 늘어난 5462억원을 거뒀다. 

    증감률 순으로 보면 △현대해상(68%) △DB손보(23%) △메리츠화재(22%) △삼성화재·KB손보(각 8%) 순이다.

    ◇해지율 회계 꼼수 가능한 무해지보험… 실적 부풀리기 채널 지목

    손보업계에서는 장기인보험, 무·저해지 상품 판매 비중 증가가 역대급 호실적의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중 무해지 보험은 '회계의 마법'을 어떻게 부리느냐에 따라 '이익 뻥튀기'로 해석될 측면이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계약해지 시 환급금을 주지 않는 상품이다. 해지율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보험사의 이익 규모가 달라진다.

    지난해 도입된 IFRS17 체제에선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예상 해지율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CSM(보험계약마진)과 순이익이 높게 계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즉 미래 수익을 현재에 끌어와 미리 반영하는 '실적 부풀리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낙관적으로 추정한 미래 수익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해지 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해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시 판매고를 올리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주요 손보사들의 무해지 보험 비중은 IFRS17 도입 후 증가세다.


    ◇실적 발표 전 제도 손 본다던 당국… 업계도 '회계 착시' 자인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IFRS 공동협의체'를 꾸려 회계 실무 혼란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상반기 실적 결산 전까지 IFRS17 제도 개선 계획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개선안 마련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손보사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상반기 실적이 두 번 나온 상태라 작년보다 개선됐으면 역대 최대 실적인데 기사 제목에 '역대 최대', '사상 최대'라는 표현을 꺼리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며 "회계제도 변경으로 인한 착시 효과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 스스로도 최대 실적이 '착시' 임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