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지출정책은 실패… 감세로 성장 유인해 세금 더 걷는 것""종부세는 정치 폭력… 재정 다뤄본 적 없는 청와대 수석이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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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장관은 19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북콘서트에서 "감세정책은 성공한 것과 달리 대부분의 지출정책은 실패했다"며 "세율을 낮추는 감세 정책은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게 아니라 성장을 유인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기재부 후배 공무원들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렸다. 강 전 장관은 "공직 경험은 공공재다. 세금으로 얻은 경험을 자기만 갖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출판 계기를 설명했다.
강 전 장관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정면에서 마주한 관료로 평가 받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차관 시기 맞았고, 2008년 리먼 사태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기재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이명박정부 시절 '747'(7% 성장률·개인소득 4만달러·7대 경제 대국)로 불리는 'MB노믹스'의 설계자로 '킹만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미국에서 수학한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친다"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유지해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나라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경상수지적자가 계속되면 국가부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러를 발행하는 나라와 1달러를 벌기 위해 수출을 해야 하는 국가의 정책이 같을 순 없다"면서 "중심국은 물가와 고용에 집중하면 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주변국은 경상수지와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재정을 뿌리지 않았나"라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에게 긴축을 요구한 IMF의 대응과 다르지 않나"고 반문했다.
강 전 장관은 현 정부가 경제 정책을 물가 중심으로 펼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그는 "최고의 정책 포퓰리즘이 물가"라며 "물가가 올라가면 표를 잃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물가보단 성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선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세제"라며 "정치 폭력이라 생각한다. 재정을 다뤄본 적이 없는 청와대의 수석이 만들어낸 세제"라고 질타했다.
강 전 장관은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 계획을 '아마추어적 접근'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땅을 50미터 파 내려가서 암반이 나오지 않으면 도시를 세울 수 없는데, 세종은 100미터도 더 내려갔다고 한다"면서 "정부청사를 저층으로 넓게 건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의 기능을 이행하려면 정부와 국회 등 주요 기관을 15분 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서 "광화문과 여의도로 가르더니, 과천까지 보내더라. 그러면서 국회 복도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됐다. 세종까지 왔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