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에 유가 상승, 폭염·태풍 등에 물가 변동 가능성한은·거시 전문가 "안정세 지장 없다"… 정부도 물가 잡기 총력
  • ▲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정상윤 기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과 최장기 폭염 등 기후 위기가 우리 물가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물가당국과 거시전문가들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 흐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중동 전쟁 확산 조짐이 보이자 국제 유가가 일시 상승하며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1.08달러(1.50%) 오른 배럴당 73.01달러,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1.17달러(1.54%) 오른 배럴당 77.22달러에 마감했다.

    현재 중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이란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61)가 암살되면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대규모 보복을 예고해 중동 불안은 최고조 상태에 이르렀다.

    태풍, 폭염 등 기후 때문에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남아있다.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복숭아(백도) 10개 소매 가격은 22일 기준 2만1363원으로 전월(1만7297원)보다 23% 올랐다. 김치(3.3kg) 1개는 6% 오른 3만4639원, 수박 1개는 33% 뛴 3만3166원이다. 당근 1kg은 7.2% 오른 6603원, 토마토 1kg은 21% 뛴 5629원이다. 배추 1포기는 7293원으로 37.3% 올랐다.

    집중호우에 이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제 가을 태풍 피해까지 덮치면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10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했다.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 하향 흐름이 대내외 악재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 유류세 인하 중단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장 원인으로 "중동지역 긴장 재고조 등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이고 다각적으로 대응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물가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안정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한국은행은 22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0.1%포인트(p) 내린 2.5%로 하향 조정하고 둔화 흐름이 주춤할 순 있지만 월평균 2.4%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예전보다 감소했다"며 "브라질 등 다른 곳에서도 기름과 가스를 구할 수 있는 에너지 다변화가 돼 있기 때문에 중동 리스크가 있긴 하겠지만 급격한 상승률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후플레이션에 대해선 "기후변화가 모든 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고 특정 작물 수급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 수입 대책을 내놓는 등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관리한다면 물가 급등을 걱정하기엔 아직은 이르다"고 밝혔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장기적으로 계속 오르는 상황이 아닌 기후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상승은 크게 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25일로 예정된 고위 당정협의회를 거쳐 다음주 농축산물 물가 대응 방안 등을 포함한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고위 당정에서는 내수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비 진작 대책도 함께 논의된다.